이태리는 '결혼의 요새'로 불릴 만큼 가정생활이 중시되어온 나라다. 이태리 여성들은 하루에도 두세 번 집안 청소를 할 정도로 살림살이가 똑 부러질 정도지만 남성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柔弱(유약)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태리 사회구조에 깊이 내재된 라틴족의 기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4분마다 1쌍꼴로 이혼한다는 통계가 발표돼 격세지감이다. 지난 2002년 이태리의 이혼건수가 2000년보다 45%나 증가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태리사람들의 이혼 사유 10건 중 3건은 어머니와 찰떡궁합인 '마마보이'에게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母權(모권)이 강한 이태리에서는 '앞치마에 매달린 아들'이라는 뜻의 '맘모니(mammoni)'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30, 40대가 되어서도 부모집에 얹혀 사는 남성도 흔하다. 이런 아들이 결혼하면 시어머니는 한 집에 또는 이웃해 살면서 아들 부부의 일에 끼어들고, 며느리를 흠잡고 부부관계에 긴장을 조성한다.
○…이태리 심리학자들은 어머니의 사랑이 과도한 사례가 아직도 많아 이에 환멸을 느끼는 며느리를 수없이 접한다고 한다. 며느리를 라이벌로 여겨 심지어 아들 결혼식에서 질투심 때문에 울거나, 아들 집에서 요리'청소'육아 등 허드렛일을 대신하며 서서히 집안을 장악해 며느리를 주변으로 밀어내는 어머니 등이 대표적인 부류라고 말한다.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우리 사회에도 이런 경향이 없지 않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졸업 후에도 부모에게 손 벌리며 사는 '캥거루족', IMF 위기 이후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부모 집에 얹혀 사는 신세대 커플들이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舊聞(구문)이다. 다만 가족 불화나 이혼의 원인이 이태리의 경우 시어머니 쪽 비중이 큰 반면 한국은 어려운 경제 형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최근 몇 년 새 집값 폭등으로 2000년 들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가 집 장만에 훨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다. 입사가 불과 4, 5년 차이에 집 장만에는 무려 15~20년 차이가 난다고 하니 억울하다는 심정마저 든다. 참여정부 들어 수많은 부동산대책에도 아파트 분양가가 55%나 뛰었으니 그럴 수밖에. "이태리나 한국이나 이런저런 사정들이 모두 人生事(인생사)니까"라고 치부해버린다면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될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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