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연재소설 햇볕정책·386세대에 화살

입력 2006-12-06 11:21:03

'호모 엑세쿠탄스'서 현 정권 강도높게 비판

소설가 이문열(58) 씨가 최근 문예지에 연재한 소설에서 대북 햇볕정책과 386세대 정치인, '내재적 접근법'을 주장하는 일부 지식인, 현 정권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씨는 민음사가 내는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실린 연재소설 '호모 엑세쿠탄스'('처형하는 자'라는 뜻) 완결편에서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이를 포괄적으로 거론했다. 소설 가운데 현 시대가 추운 밤 같다는 위기의식에서 열린 '한야(寒夜) 대회' 참가자들이 늘어놓는 내용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회에는 안기부 대북 파트, 검찰 시국공안, 경찰 대공분실 간부 출신들의 모임인 삼치회(三癡會·세 종류의 구제하기 어려운 바보들이 모였다는 뜻)와 김지하가 시 '오적'에서 거론한 장관, 재벌, 국회의원, 장성, 고급 공무원 출신 오천사(五賤社·다섯 천덕구니들의 모임), 옷 벗은 장군들의 모임이라는 낙성(落星) 분회 등이 참가했다.

이중 낙성 분회의 한 인물은 주적(主敵)의 부재를 강조한다. "주적을 잃어 버린 군대에게 이 밤은 춥다. 존재할 필요마저 의심받을 그 군대에서 청춘을 보낸 늙은 군인에게 참으로 이 밤은 춥다. 북한을 주적으로 경계하고 있다가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제독은 진급에서 누락돼 퇴역하고 북한의 기습 공격을 받고도 주적이 아니라서 어물거리다가 군함과 장병을 아울러 잃은 제독은 시말서 한 장 쓰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에는 삼치회가 나서 햇볕정책을 비판한다. "핵이란 비대칭 군사력까지 보유한 북한에게 김대중 정권은 그 포용정책을 써 왔다. 모래성 같은 경제적 우위를 앞세워 어떻게 전용될지 모르는 현금을 몇억 달러씩 북한에 갖다 바치면서 북한을 포용해 왔다고 우긴다." 이어 보수 우파 언론들의 모임인 자유언론연대의 한 인사는 일부 지식인을 겨냥한다. "'내재적 접근법'에 넘어가 김일성 부자의 폭정과 왕조적 권력 세습은 물론 수백만 인민을 아사시키는 선군 정치와 인권 말살도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떠들거나, (중략) '수정주의 역사관'을 의리 있게 우기며, 북침설 근거 몇 개쯤은 주워섬길 줄 알아야만 의식 있는 지식인 흉내를 낼 수 있는 세월이다." 전직 장관과 고급 공무원 모임을 묶은 하로동선(夏爐冬扇)의 한 인물은 "학업에 몰두하는 것보다 정치적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고시 합격보다 학생운동 경력이, 고위직에 이르는 데 훨씬 빠른 지름길이 되는 세상이 고착되고 있다. 시민운동이 가장 효율적인 엽관(獵官)의 수단이 되어 가고, 정권이 임명할 수 있는 관변 요직은 감투에 눈먼 홍위병들의 전리품으로 변해 가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소설에는 또한 386세대 정치인과 현 정권을 비판한 내용이 다른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실렸다. "결국 지난 대통령 선거의 승리는 386세대와 주사파의 승리를 뜻하는 것이냐?", "이 정부 하는 꼬락서니 좀 봐라. 취임 몇 달이 지났다고 벌써 대통령 못 해 먹겠다는 소리가 나오며, 여당이 분당한다는 이 희한한 소문은 또 어찌 된 거냐?", "아마도 386찌꺼기들이나 홍위병 세력의 요행수 국회 진출은 늘겠지만, 그 탄돌이 의원들이 많을수록 오히려 이 정권의 수명을 빨리 갉아먹게 될걸. (중략) 주사파 수령론 세력의 경박하고 절제 없는 자기 폭로만으로도 얼마 못 가 국민들을 진절머리 나게 만들어 버릴걸." 이번에 완결된 이 씨의 소설은 내년 1월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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