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사장, 정권 손아귀에 놀아나나

입력 2006-12-06 11: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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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행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합친 거대한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기로 입법예고했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 밑에 둬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5명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長'次官(장'차관)처럼 대통령의 지시를 따를 이들 위원이 사실상 KBS'MBC'EBS 3대 공영방송사 사장 임명에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 입맛에 맞는 인물들이 3대 방송사 사장을 장악할 것이며, 방송사는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이름뿐인 공영방송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물론 현 제도에서도 KBS와 EBS 사태에서 보듯 정권이 제 意圖(의도)대로 사장을 갖다 앉히는 문제점이 있다. 현 방송위원회 위원 9명은 대통령 선임 3명, 국회 추천 6명으로 구성해 놓고 있지만 사실상 집권세력 몫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3대 공영방송의 사장 및 이사, 감사를 좌지우지하고 있어 KBS 정연주 사장과 EBS 구관서 사장 같은 파행 인사가 물의를 빚고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국회에 야당 몫 위원 3명의 牽制(견제) 장치를 둬 방송정책에 관여할 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국회 견제마저 싹 치워버렸다. 그러니 새 제도에서 정치적 독립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틀린 일이다. 지금도 직원 80% 이상이, 또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반대를 하건 말건 무리수를 둬가며 입안에 혀처럼 논 인물을 KBS 사장에 또 앉히는 게 權力(권력) 속성 아닌가. 그런 마당에 아예 대통령 마음대로 사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는 것은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나 하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오늘날 방송은 그 자체로 거대한 권력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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