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도하)중동 리더 노리는 도하의 야심

입력 2006-12-06 08:28:08

도심거리 모습 하루가 다르게 변해

카지노로 유명한 미국의 라스베가스를 두고 '잠들지 않는 도시'라고 했던가. 최근의 도하 역시 잠들지 않는 도시다. 고층 건물 공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행 중이기 때문. 거리 곳곳에는 공사용 대형 크레인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다. 우리나라 신도시 개발현장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카타르 도하 해변에 삼성건설이 짓고 있는 건물 부르즈 두바이(약 450m, 80여 층).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지어지고 있는 건물과 이름이 같다. 이외에도 도하에 지어지고 있는 30~50층 규모의 고층건물은 도하 최대 쇼핑센터인 시티센터 신관, 카타르내셔널은행(QNB) 신관 등 30~40여개에 이른다. 쳐다보는 이의 고개가 아플 지경.

도하는 다분히 두바이를 의식하고 있다. 중동의 무역·금융·관광 중심지로 한발 앞서가고 있는 두바이를 제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것. 이번 대회를 잘 치른다면 2016년 올림픽까지 유치, 중동의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카타르의 꿈이다.

지난해 카타르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240억 달러 어치를 수출, 무역 흑자만 94억 달러를 기록했다. 여전히 고공비행 중인 유가 덕분에 올해는 150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카타르는 이 같은 수익을 바탕으로 전체 예산의 20%를 넘는 22억 달러를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투입했다.

야자수 사이로 건물들이 하늘로 치솟고 새로 닦고 있는 공사장도 여러 곳. 이곳에선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구슬땀을 흘린다. 거리에선 이들이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인력 수급이 문제돼 이젠 중국, 몽골 등에서까지 일꾼을 구하고 있다. 길을 묻다 만난 인도 출신 파사라티(38) 씨는 "지난해 말 일자리를 찾아 도하에 왔는데 하루가 다르게 거리 모습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나 자신도 모르는 건물, 길이 계속 새로 생기는 탓에 길을 가르쳐 줄 형편이 못 된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 때문에 부실공사, 외국인 노동자 관련 문제가 현지 신문에 종종 보도된다. 걸프 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한 건물 공사장에서 부실공사로 1층이 무너져 이집트 출신 인부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치기도 했다. 또 밀린 인건비를 달라고 항의하는 외국 노동자들에 대한 기사도 여러 번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도하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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