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대구, 문화산업 거점도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

입력 2006-12-06 07:33:34

대구시가 문화 및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인재를 모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동남권 중심도시라는 비전을 실현하기위해서 문화 및 서비스 중심의 산업구조를 살려나가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동남권 중심이 되려면 그 권역을 리드해야 할 산업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것이 무엇이 되어야 함은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이미 지역총생산액 중 70%를 상회하고 있는 비제조업 부문을 고도화해야 동남권의 중심이 되어 인재와 자원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교육과 소비 도시라는 전통적 특징을 핵심역량으로 만들 수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제조업의 쇠락을 극복하고 경제재도약에 성공한 지역도시들은 소매유통업과 교육산업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경우가 많다. 특히 대구시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창조자원(문화창조를 지원하는 자원)은 높은 수준의 문화소비력이다. 10만원하는 관람료를 지불해야 하는 뮤지컬의 경우 한 달이 넘는 장기 공연이 가능한 유일한 지방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 5년 동안의 통계를 보더라도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셋째, 문화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보사회가 쇠퇴하고 감성과 문화적 경험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로 돌입해 있다. 인구밀집형 대도시는 반드시 이러한 시대적 기회와 흐름을 타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문화산업거점 도시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일등만이 살아남는 문화산업의 독과점적 특성 때문에 수도권 쏠림현상이 극단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문화산업 대국을 지향하는 영국의 경우 런던중심에서 탈피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곳은 북부 스코틀랜드의 문화산업 거점도시인 글래스고우이다. 이 도시는 30년 전 만해도 런던에서 제작된 방송과 영화를 그저 소비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에서 제작된 방송콘텐츠가 전국네트워크를 타고 있으며, 매년 15편 정도의 영화를 제작해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그 성공비결은 지역시청료의 삼분의 일을 지역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게 하고 방송법을 개정해 지역 제작업체의 외주제작참여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영화전문투자펀드의 조성을 통해 지역의 창작활동에 장기적 투자를 한 것도 중요한 성공요인이었다.

대구시는 이러한 성공요인을 접목시켜 문화산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창조자원'을 분석해 집중 투자할 분야를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연산업 중심의 거점화 전략이 가장 바람직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언급했듯이 높은 수준의 문화구매력을 기반으로 지역 공연시장의 규모가 상당한 수준임이 증명되었다. 이러한 소비시장을 매개로 세계적 흐름을 타고 궁극적으로 지역의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적어도 양적으로는 부산이나 인천을 능가할 정도로 많은 공연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유일의 오페라 전용극장을 가지고 있다. 공연산업에서 공연장은 대규모 매출을 통한 산업화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요소이다. 셋째, 전문예술단체의 수나 문화예산대비 공연예술 예산비율이 전국 최고를 기록함으로써 공연예술에 대한 정책적 투자가 높은 편이다. 넷째, 공연예술에 필요한 다양한 인력을 공급하는 교육양성체계가 우수하다. 음악, 무용, 연극, 뮤지컬, 디자인, 패션, 무대연출, 영상, 분장 등과 관련된 학과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미 민관협력체제가 성공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유일의 국제뮤지컬페스티벌과 오페라 축제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공연산업에 특화된 동남권 문화산업 거점도시 구축전략은 대구지역의 창조자산을 활용해 문화산업의 자발적 성장기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공연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실천전략은 선진사례에서 보듯이 제도개선 및 법적 지원을 통해 민간 자생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공연장 설치 시 주차장 설치 의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개선만을 가지고도 도심 주차공간을 공연장을 유도함으로써 공연산업의 중요한 생산기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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