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꼼꼼히 읽고 요약·비판"…논술 기대치와 실제

입력 2006-12-05 07:03:56

최근 한 언론 보도에서 모 대학의 수시모집 논술고사 채점 결과 3천700장의 답안 가운데 2천 장이 판박이 같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환경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속 가능한 개발'을 결론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 보도에서 창의적 사고가 강조됐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학원 강사들뿐만 아니라 고교 국어과나 사회과 교사들조차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결론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 역시 크게 차이날 수 없는데 결론이 같다고 학원식 답안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였다. 사회 통념과 상식을 벗어난 사고를 강요하는 식이라면 논술고사의 시행 의도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학 내에서 만들어지는 시험 답안이나 논문에서조차 창의성을 찾기 힘든 현실을 너무 모른 채 기대치에만 매달려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수험생들이 대학의 높은 기대치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대학 스스로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며,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논술 출제나 채점을 맡은 교수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면 오히려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학 관계자들의 조언을 정리해 본다.

△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라=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고 해도 학생의 수준에 어렵고 재미없는 것을 억지로 읽을 이유는 없다. 자신의 수준에 맞고 빠져들 수 있는 책을 골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SF나 추리소설 같은 데 탐닉하지 말고 사고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책을 골라 읽어라.

△ 책 내용을 요약해 보라=책을 읽은 뒤에는 단순히 느낀 소감만 정리할 게 아니라 전체 줄거리를 요약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책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녹아들 수 있다. 요약이 익숙해지면 실제 논술에서도 크게 도움이 된다.

△ 비판하며 읽어라=주어진 책이나 읽기 자료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관점에서 이 자료들이 옳고 그른지를 따져봐야 한다. 논리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지나친 비약이나 무리한 인과 설정이 그슬리는 곳은 없는지 꼼꼼히 읽어야 한다.

△ 같은 주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써 보라=많은 학생들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보다 자신이 쓴 글을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계속 글을 고치면서 자신의 논리나 글쓰기의 문제점을 알아낸 뒤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출제자의 요구에 집중하라=문제가 요구하는 사항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춰 쓰는 것이 논술의 기본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이 평소 생각했던 내용이나 쓰고자 했던 논리 구조가 문제의 요구와 맞지 않다면 아무 필요가 없다. 공부한 양을 과시하려고 쓸데없는 문장을 넣는 것은 감점 대상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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