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교육청에서는 매년 창의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학교들이 자체 창의성 교육을 하는데 필요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각 학교는 이 기본계획을 근간으로 해서 저마다 창의성 교육안을 구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대단한 정성을 쏟는다. 우리 학교·학생의 특성에 맞춰 독창적인 교육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대구 장성초등학교는 지난 달 2~4일 시 교육청이 주최한 '창의성 실적물 전시회'에서 77개 학교 가운데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장성초교는 2004년 9월 성서에 문을 연 전교생 600여 명의 작은 학교. 이 학교 창의성 교육의 비결은 무엇일까.
구창남 교장은 "최근 창의성 경진대회의 추세가 팀웍을 중시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팀을 이뤄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의성이 길러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장성초교는 '창의 스타'라는 이름의 교내 대회를 개교때부터 3년째 시행해 온 점이 돋보인다. 올해도 '디자인 경진대회(4월)' '우리 고장자랑 발표하기 대회(7월)' '식물 관찰하기 대회(7월)' '나의 자서전 만들기(9월)' '교내 창의 경진대회(10월)' 등 모두 다섯 차례 행사를 진행했다.
"자서전을 만들어보자는 주제를 줬더니, 한 학생이 자신의 지나온 인생과 남은 인생을 큰 도화지에 한 편의 만화로 그렸더군요. 몇 살에 무슨 일을 하다가 몇 살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쓴 대목에선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1학년 담임 배윤숙(28·여) 교사는 학생들의 작품들을 보면 어디서 이런 발상이 나왔는지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나의 자서전 만들기'는 장성초교가 개교 때부터 특수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큰 꿈 가꾸기 프로젝트의 연장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사진이나 글을 스크랩해 예쁜 앨범을 만들거나 일기장으로 엮었다.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린 후에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 자서전은 졸업 때 꿈상자에 담아 교내에 보관한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또렷한 주제의식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교과 과정과 연관지어 주제를 잡다보니 학교 수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 고장 발표하기'는 사회교과와 연관돼 있다. 우리 동네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우리 구, 우리 시로 공간개념을 넓힐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배 교사는 "달성공원이나 떡전골목, 동성로 등을 체험하고 왜 이 장소에 이런 것이 형성됐는지 친구들과 의논하다 보면 깊이 있는 보고서가 나온다."고 했다.
디자인 대회 때는 세계속의 한국을 주제로 전통문양을 사용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흔히 알려지지 않은 나라를 세계지도에서 찾아 그 나라의 특색을 알아보고 우리 전통문양과 결합한 작품을 낸 것도 있다.
장성초교 프로그램 중 '백미'는 2학기 교내 창의경진대회. 전 학생이 쓰는 문제와 만들기 문제를 3시간 동안 푼다. 학년마다 공통과제와 학년별 과제가 한 문제씩 제시된다. 또래 학년 아이들끼리 팀을 짜서 머리를 맞대다 보니 같은 문제에도 답은 제각각이다.
가령 지난 10월 5학년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특명!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였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데 필요한 물건을 적고 그 물건을 고른 이유를 다양하게 적어 냈다.
장성초교는 10명으로 교사들로 '창의성 교육 운영 지원단'을 조직해 체계적인 교육 관리를 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 지도안의 양식에 '창의성 요소'를 추가해 모든 교과를 창의성과 연결짓고 있다. 지도안은 매년 두 자례 업데이트 한다.
구 교장은 "창의성 교육은 교과교육이 우선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창의성을 무조건 특이하고 고차원적인 것으로 여길 게 아니라 학교 수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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