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 오른 한약업사 박래욱씨
55년간 쓴 개인 일기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에 기증됐다.
박물관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감초당한약방을 경영하는 박래욱(朴來昱. 68세)씨가 55년간 기록한 일기장 98권을 지난달 22일 기증받았다고 4일 밝혔다. 이 일기장은 1997년에는 한국기네스인증서를 획득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1938년 전남 장성에서 3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기증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일기를 지금도 계속 쓰고 있다. 1971년에는 한약업사 자격을 취득하고 감초당한약방을 열었다.
박씨는 일기 외에도 1961년부터 2003년까지의 약방 금전출납부 10권, 1971년부터 2001년까지의 한약처방전 16권, 그리고 기증자 개인 생활과 관련된 도민증(1962년), 국민병역신고증(1961년), 인감증명원(1965년), 예금통장, 상품영수증 등 20세기 중엽 이후 생활사 관련 자료 일체도 박물관에 넘겼다.
그의 일기에는 12살 소년이 겪은 한국전쟁 이야기가 나온다.
1950년 8월25일 금요일(맑음) 자 일기에는 "분주소에서 유격대라는 사람들이 왔다. 반동분자의(기증자 아버지는 당시 경찰관이었다) 가산을 몰수하여 위대한 수령 동지의 사업에 써야 한다고 했다. 지난번에도 가산을 몰수해 갔는데 그 때는 식량만 분주소로 가져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옷과 살림살이 일체를 가져갔다"고 증언한다.
같은 해 9월2일 토요일(맑음)에는 "분주소에서 나온 사람들 뒤를 동네 사람들이 따라다녔다. 토지와 식량을 골고루 나눠 준다고 하니 가난한 일꾼들이 제 몫을 노리고 따라다녔다. 반동분자의 재산은 인민의 재산이라고 하며 텃밭에 심어 놓은 가지, 고추, 각종 채소의 수를 세어가고 몇 개 열려 있는지 세어서 기록했다"고 하고 있다.
신광섭 관장은 "이런 기록들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그림처럼 볼 수 있으며 한국전쟁은 12살 소년에게 불안과 공포의 시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박씨의 일기는 수량경제사의 귀중한 자료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당시 물가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일기에 의하면 1956년 당시의 물가는 돼지고기 반근 100환, 목욕 50환, 이발비 60환, 영화관람료 30환, 필름 400환, 버스요금 10환, 신문대금 300환, 혈액검사 40환, 성냥 10환, 학생배지 60환 등이었다.
필름(400환) 값이 돼지고기 반근(100환)보다 가격이 높다는 사실에서 공산품이 농산품보다 훨씬 물가가 비쌌음을 알 수 있다.
민속박물관은 이들 자료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정리를 통해 자료집 등으로 국민에게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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