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부모, 수능후에도 '허리 못편다'

입력 2006-12-04 09:27:37

논술·예체능 과외·성형까지…뭉칫돈 부담

수능시험이 끝나고 잠시나마 해방감에 젖었던 고3 수험생 부모들이 또 다시 깊은 시름에 잠겼다. 성형외과를 찾는 부모부터,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논술 과외비와 실기 시험비 등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부모들까지 고민도 다양하다. 또 학교를 일찍 마친 자녀의 식사 및 방과 후 시간을 챙겨야 하는 부담도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 전반적인 사회 풍토가 형편이 넉넉잖은 부모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수능이 끝난 딸(18)과 함께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김모(46) 씨는 "요즘은 워낙 외모를 따지다보니 내 아이만 뒤처질까 걱정돼 수능이 끝나자마자 병원을 찾았다."며 "그러나 성형수술비가 150만 원이나 든다고 해 많이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이 병원 정미진(25) 간호사는 "상담을 통해 수술비를 결정하면서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결국엔 대부분 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인 미술실기시험 준비를 위해 서울로 간 정희진(18) 양의 아버지(50)는 이번 달에만 100만 원이 넘는 생활비를 올려보냈다. 미술 학원비에 고시원 월세까지 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큰 돈이 들어간 것. 아버지 정 씨는 "아이를 서울까지 보낼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실기시험이 눈앞에 닥치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한숨지었다. 체육교육과에 진학하기 위해 스포츠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는 박희원(18) 군의 어머니 김명자(44) 씨는 매일 아침 아들을 위해 점심 도시락을 싼다. 100m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등 체력 소모가 많은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에게 점심을 사먹게 할 수 없었기 때문. 김 씨는 "아이 걱정에 고3 때도 싸지 않았던 점심도시락을 챙겨주게 됐다."고 말했다.

맞벌이 생활을 하는 학부모 김선경(46) 씨도 방과 후 아이가 뭘 하는지 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낮 12시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점심도 제때 챙겨 먹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에 바쁘다는 것. 김 씨는 "수능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한상복 덕원고 진학상담 담당교사는 "고등학교에서 논술이나 실기 시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또 파행 수업의 경우도 제도적으로 수능 시험 날짜를 늦추거나 방학을 앞당기는 등 적절한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미 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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