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제(李判濟·66년) 위드코비 대표원장은 좀 엉뚱한 사람이다. 고향이 선산인 그는 선산CC 인근에서 자랐고, 한의사란 번듯한 직업이 있지만 남들처럼 골프를 치지 못한다. 여러번 골프연습장에 가서 연습을 했으나 '머리를 얹지'(처음으로 필드에 나가는 것) 못했다. 또 한의사이면서 진료는 하지 않고 사업을 하고 있다.
'코비'란 뜻도 COBY로 영문 약어가 아닌가 했으나 코와 비(脾)를 합친 것으로, 결국 위드코비는 코 전문 체인 한의원인 코비와 함께 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취재진을 맞은 그는 옷차림이 잘 정돈돼 있지 않아 장난꾸러기 소년 같다. 도무지 '그림'이 나오지 않아 흰 가운을 걸치게 했다. 이런 자유로움이 한의원 체인점을 만들자는 발상이 가능하게 했고, 이를 통해 연간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키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구한의대를 졸업한 이 원장은 처음 경북 영양에서 개원했다. 3년여 한의원을 운영해 제법 돈도 벌었다. 그러나 곧 회의가 왔다. "처음엔 멋모르고 침을 놓고, 보약을 짓고 했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니 내가 진료를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디다. 한의사란 직업이 점점 어렵게 느껴졌죠. 한번 회의하니 진료가 점점 두려웠어요."
한의원 문을 닫고 선후배를 찾아 다녔다. 다른 한의사는 어떻게 치료하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다. 그러다 AK양한방협진클리닉 윤승일 원장을 만났다. "질 분비물이 나오지 않아 부부관계를 하지 못해 고민하는 환자가 있었습니다. 윤 원장이 관절을 가볍게 자극하고 눈동자를 움직이게 하는 등 3일간 진료하고 나니 환자 남편이 고맙다고 케익을 사왔어요. 신경학에 매력을 느끼게 됐죠."
이 원장은 곧바로 한서대와 호주RMIT대학이 마련한 카이로프라틱 의사를 배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카이로프락터가 됐다. 호주 카이로프락터 자격도 얻었다. 신경학 공부에 더 집중하기 위해 2001년 5월 짐을 싸들고 아예 서울로 왔다. 같은 대구한의대 출신 선후배인 김형일 김범락 장수창 원장과 함께 공부했다. 넷은 신경학을 응용한 한방치료가 가장 잘 접목되는 분야가 이비인후과 질환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각자 한의원에서 진료하며 임상 자료를 쌓기로 했습니다. 처방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한 환자에게 잘 듣는다고 다른 환자도 잘 듣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한의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죠. 처방을 할 때마다 코안 변화를 내시경으로 찍었습니다."
'대구한의대 4인방'은 이런 임상 결과를 토대로 2003년 산본에 비염전문 한의원인 '코비한의원'을 개원했다. 제법 용하다는 소문이 났다. 객관화한 처방에 확신을 가진 4인방은 이 자료를 한의사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 체인점을 열기로 결정, 2004년 수원 영통점을 냈다. 이후 평촌, 부천, 일산, 노원점 등 개원하는 곳마다 대박이 났다.
한의사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정 과목 하나로 한의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의사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프랜차이즈를 하겠다는 한의사들이 줄을 이었어요. 체계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2004년 4월 (주)위드코비를 설립했습니다."
이 원장은 프랜차이즈 하고자 찾아오는 한의사에게 가장 먼저 해주는 말이 돈 벌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하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라 한다. 보약을 지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치료함으로써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의사로서 대접받게 되는 것은 물론 한 분야를 집중 치료함으로써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현재 프랜차이즈점은 전국 모두 32개. 평균 환자 수가 1일 80명~100명에 이르고, 65% 이상이 초교생 이하 어린 환자라는 특징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한 환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보면 60% 정도는 '많이 좋아졌다.', 20% 정도는 '효과를 봤다.'고 응답하는 등 치료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프랜차이즈점의 80%가 수도권에 있고 부산 3개, 울산 1개, 창원 1개, 대전 1개가 운영 중이나 공교롭게도 대구·경북에는 프랜차이즈점이 없다. 이 원장은 "선후배들의 한의원 바로 옆에 프랜차이즈점을 내기가 미안하고 해서 늦어졌다."며 "구미와 포항에 프랜차이즈점을 내려 의논하고 있고, 대구에도 조만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랜차이즈점을 마구 확대하고픈 생각은 없다. 전국 50개 정도이면 포화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그래서 세계화를 꿈꾼다. 의료전문경영인인 이재형 씨를 위드코비 사장으로 영입, 최근 미국에서 코비한의원 사업설명회를 갖고 프랜차이즈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사들도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동양의학을 권하는 추세라 먹혀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캐나다 유럽 호주 등지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외국에 알레르기 환자가 더 많거든요." 한의사보다 사업가가 더 다이나믹해 즐겁다는 이 원장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