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이 엄마에게
우리는 할머니 집에서 김장을 해서 들고 오는데 할머니께서 다치셔서 올해는 엄마가 김장을 해야 한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멸치젓이랑 새우, 마늘 등등 시간이 날 때마다 냉장고에 사다 놓았다. 시장 갈 때마다 배추더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가격을 물어보았다. 목요일 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베란다 가득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다라이에 소금을 넣고 물 붓고 배추를 담그더니 밤새도록 거실 문여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보니 엄마는 할머니 드리려고 김치 통 두 개를 열어놓고 김장 버물러 담고 우리는 김치 하나로 아침을 먹었다. 난 옆에서 고춧가루에 발린 굴을 자꾸 먹었다. 정말 향긋하니 맛있었다. 엄마 혼자 오전 내내 거실에 앉아서 배추랑 싸우고 있었고 난 점심 시간만 기다렸다. 김장을 마치고 엄마는 호박고구마라면서 김치랑 먹으면 과자보다 맛있다고 삶아 주시고 잠시 뒤 낮잠을 청했다. 드르렁∼. 무조건 신토불이가 최고라고 강조하시는 우리 엄마! 이렇게 김장 글을 쓰는 동안 엄마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아이고 나 죽었다'하시면서 달려나간다. 무슨 단체에서 김장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다고 한다. 엄마는 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쓰고 남은 에너지를 누굴 위해 투자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하시는 우리 엄마! 사랑해요.
양옥영(대구시 북구 복현2동)
♥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어머님 보셔요.
막내며느리가 어머님 맘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항상 김치 통만 들고 가, 마주 보고 버물러 들고 오면 해결이 되던 김장김치가 올핸 어머니 양손 깁스로 큰맘 먹고 혼자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보러 시장에 갔습니다. 배추 30포기를 사 귀동냥으로 배추를 절이고 밤 사이 너무 절여질까 자다가 몇 번이나 만져보고 눕기를 되풀이하고 날 새기 무섭게 배추 씻는데 왜 그리 허리가 아픈지. 어머님 아버님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어머님, 이렇게 힘드는지 몰랐습니다. 그래도 어머님께서 하신 대로 해 보려고 갈치김치도 만들고 굴김치도 만들어 봤습니다. 먼저 어머님 아버님한테 맛 보여드리고 싶어 병원 점심 시간 맞춰 굴김치 보냈더니 곱돌아 전화로 답장 보내주셨지요. "아이구… 그래, 다 키웠다. 다 키웠어. 김장도 할 줄 아나. 그래, 너거 아부지가 양념도 맛있고 간도 딱 맞단다. 잘 먹으끄마. 애먹었다." 칭찬으로 힘 불어넣어 주시는 어머님 노고, 이제야 알았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집에서 뵐 수 있도록 빠른 쾌유 빕니다.
이동연(대구시 북구 복현2동)
※독자카페를 아끼시며 늘 좋은 글로 참가해 주셨던 이동연 님께서 김장에 대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다음날, 따님인 양옥영 학생이 엄마가 김장하는 모습을 자신의 글로 다시 보내주었습니다. 딸이 엄마를 바라보는 모습과 엄마가 시어머니를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 나 두 글을 함께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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