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근현대사 교과서

입력 2006-12-01 11:19:17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편집한 한국 近現代史(근현대사) 교과서는 4'19를 '혁명'이 아닌 '학생운동'으로, 5'16을 '군사 政變(정변)'이 아닌 '혁명'으로 표현했다. 기존 교과서의 표기를 뒤집은 것이다. 교과서는 "4'19를 계기로 학생운동이 견제되지 않은 권력으로 등장하고 좌파가 학생운동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4'19의 의미를 격하하면서 기술하고 있다.

○…5'16은 당시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할 새로운 대안적 통치집단 등장의 계기가 된 혁명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군사정부는 강한 추진력으로 경제 발전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고 기술했다. 기존 주요 교과서가 주장하고 있는 "군사정부는 정당성 확보를 위해 경제 발전에 노력했다"는 시각과는 거리가 멀다. 교과서는 또 維新(유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으로 표현하고 발생 원인은 "지역발전과 중앙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데다 그 지역 출신 정치인 김대중의 체포 소식이 분노를 야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과서는 4'19, 5'16, 5'18뿐 아니라 최근사까지 기술하고 있는데 "민주화 이후의 한국은 '반자유주의' 혹은 '비자유주의' 시대정신이 지배했다", "시민단체는 스스로 獨善(독선)과 傲慢(오만)으로 무장한 권력기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반발이 없다면 이상할 것이다. 기존의 사회적 흐름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과 시각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左右派(좌우파)를 불문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강력한 항의가 쏟아졌다. "개탄스럽다"서부터 인신공격까지. 찬성과 옹호의 의견도 있지만 거센 반발의 물결에 보이지도 않는 양상. 어제 교과서포럼이 주최한 심포지엄은 4'19단체들의 실력행사로 결국 무산됐다.

○…북한도 나섰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 민족끼리'는 '사이비학자들의 반민족적 詭辯(궤변)'이라는 성명에서 "한 줌도 못 되는 사이비학자들이 주체사상과 같은 민족의 위대한 사상과 제도를 부정하고 철천지 원쑤 미국을 숭상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교과서포럼은 "기존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자학사관'과 '친북좌파사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새 교과서 작업을 벌여왔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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