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신당은 지역당'이라고 규정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자 열린우리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도대체 진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에서부터 차라리 홀가분하게 대통령과 결별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당적포기'를 언급했다. 이후 노 대통령의 '탈당'이 기정 사실화되고 친노(親盧)-비노(非盧) 간 균열이 표면화됐다. 이에 노 대통령은 '당을 지킬 것'이라고 국무회의 발언을 뒤엎었다. "탈당을 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당 잔류에 무게가 실려 있다. 노 대통령이 '신당 반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이 무심코 이러한 말을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마침 대통령 특보단이 회동을 한 직후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의 탈당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밀리면 끝이란 위기의식을 특보단과 친노(親盧)파들이 공유, 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이끌어 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신당에 대해 '지역당'이라고 규정한 것은 열린우리당의 주류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한 신당을 추진하고 있다고 본 때문으로 보인다. 전국 정당을 기치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는데 다시 호남을 기반으로 반(反)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려는 것은 도로 민주당으로의 회귀라는 것이다. 이 경우 친노파의 설자리가 없어진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당을 지키겠다고 천명함으로써 호남을 기반으로 삼으려는 세력은 당을 떠나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결국 신당파가 당을 떠나느냐, 친노파가 당을 떠나느냐의 주도권 다툼 양상인 셈이다.
노 대통령의 전국 정당화를 추진한 열린우리당에 대한 애정표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역주의 극복이 그의 철학이자 고집이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지금 열린우리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고, 올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어느 지역에서도 정당 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기본으로 한고 있다."고 말했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열린우리당이 핵분열을 하되 그 방향은 통합신당파의 집단 탈당이 될지, 친노파 등 당사수파의 탈당이 될지 쉽게 점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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