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이달들어 세번째 대만에 무릎

입력 2006-12-01 08:34:34

한국 야구가 11월에만 대만에 세번이나 고꾸라지면서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김재박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카타르 도하 알 라얀 구장에서 열린 대만과 숙명의 일전에서 2-4로 패해 금메달 목표가 사실상 좌절됐다.

맞대결을 펼친 팀의 성격과 수준은 그때 그때 달랐으나 한 달에만 세번이나 졌다는 것은 충격이다. 박노준 SBS 해설위원도 "과거에도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서 대만에 졌던 적은 없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비보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날아들었다. 지난 11일 아시아 4개국 프로리그 챔피언 결정전인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우승을 장담했던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가 대만의 라뉴베어스에 2-3으로 패했다.

삼성의 '막강 불펜'은 라뉴의 린지셩의 대형 홈런포 한 방에 무너졌다. 리드를 잡지 못한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는 반쪽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두 번째 황망한 소식은 대만에서 건너왔다. 프로 2군과 대학생을 주축으로 구성된 야구대표팀이 9개국이 참가한 제16회 대륙간컵대회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대만에 7-9로 역전패했다는 뉴스였다.

대만은 아시안게임을 준비중인 국가대표가 나섰고 한국은 프로 정예 멤버가 빠진 팀이었다는 점에서 큰 소란은 일지 않았으나 연이틀 대만에 패했기에 야구계 내부에서 서서히 위기의식이 일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대만을 눌러주기를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른다. 삼성이 라뉴에 지기는 했으나 국가대표가 아닌 프로팀끼리 단판 승부였기에 애써 의미를 축소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프로야구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로 팀을 꾸렸지만 해외파가 총망라된 대만에 2점차로 무릎을 꿇어 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메이저리거와 국내 최고 선수를 총집합시킨 드림팀이 출범한 이후 한국은 이날까지 대만에 6승7패로 열세에 놓이게 됐다.

한국이 거둔 6승 중 3승이 1점차 승부라는 것을 봐도 항상 대만과 어려운 게임을 벌여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성적이 대만 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이제 한국이 대만을 앞선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분명 아니다.

특히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4-3으로 승리한 뒤 그해 쿠바 대륙간컵에서 2패를 시작으로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3년 쿠바 야구 월드컵 예선 등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제외하고 국가대표끼리 대결에서 1승6패로 밀리고 있다는 점은 야구인들이 분명 한번쯤을 되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한국야구는 이제 지는 것도 습관이 될까 우려가 될 정도로 딱한 사정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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