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없다'던 노대통령, 호남엔 '선물 보따리'

입력 2006-11-30 10:45:40

"지역 발전안 지역 스스로 짜야…선물은 없다" 식언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서남권 종합발전구상' 현장 점검차 전남 무안과 목포를 방문해 선물 보따리를 활짝 풀었다. 임기 초반부터 줄기차게 지역 발전안은 지역 스스로 짜야 한다며 선물은 없다고 했던 노 대통령이 호남에서만은 스스로 '원칙'을 깬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맛있는 밥상을 만나니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 같고 오랜만에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을 받는다."고 친밀감을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서남권 종합발전 구상을 이곳(무안)에 와서 발표를 하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할 경우, 정치적 의심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사업은 키우되 발표는 키우지 말자고 생각해 서울서 발표했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무안·목포·신안에 22조 원을 투자해 신산업거점으로 육성하는 서남권 종합발전구상이 정부가 만든 큰 선물이라는 것을 은근히 부각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구상을 호남 출신인 이병완 비서실장이 주도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초 역시 "호남출신인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 해보겠다고 해서 해보라 했더니 행담도 사건으로 비화돼 국내 사업으로 하려고 관광공사 사장을 바꾸고 문광부에 국을 하나 신설했으나 지체됐다."고 소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호남 출신 인사가 고향 개발 사업을 주도하도록 하면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며 "호남 챙기기를 위해 정책을 발표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든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호남고속철 건설 강행도 선물이라고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해찬 전 총리가 곧이곧대로인 사람이라 정부 각 기관에서 해보니 호남고속철은 타당성이 없다고 말해 난리가 났었다."며 "미래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정치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정치적 관점에서 했다."고 의사 결정 과정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무안공항이 지체된 것을 아쉽게 생각할 것"이라며 "저도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도가 35조 원을 들여 영암 해남 일대를 관광레저 단지로 개발하려는 J-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의지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입주기업들이) 사업하는 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데 중앙정부의 규제 해제나 완화로 지원할 수 있다."며 "다른데서 사업하는 것보다 여기서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 도중 각종 건의를 받고 거의 대부분 수용했다. 노 대통령은 J-프로젝트를 위해 필수적인 간척지의 양도, 양수문제와 관련, "농림부 등 관계 부처에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지역에서 타당성을 제시하면 이양, 임대 등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와 대불공단을 연결하는 삼학대교 조기착공 건의에 대해서도 건설교통부 또는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목포 신항만도 속도를 감안하여 차질없이 추진토록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무안 국제공항의 활주로를 늘려달라는 무안군수의 건의에 "건교부가 책임을 지고 추진하라."고 이춘희 건교부차관에게 지시하고, 목포신항 신석을 늘려달라는 목포시장의 요청에 대해서는 "그건 제가 검토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국 각 지를 방문할 때마다 지역민들이 온갖 민원을 제기했으나 대부분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이번 무안, 목포 방문에 대해서는 선물 보따리를 풀려고 작심하고 방문한 듯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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