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가 이어지는 요즘, 대한민국은 '술 권하는 사회'가 됐다. 술은 주정뱅이가 마시면 주사(酒邪)로 변신하고, 이태백이 마시면 멋진 시를 빚어낸다. 하지만 술에는 장사가 없다. 마시는 양만큼 몸을 상하게 한다. 술이 술과 건강에 대해 풀어놓는 이야기 한 번 들어보자.
나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지. 그래서 송년회 같은 모임에서는 나를 빼놓곤 분위기를 잡을 수가 없는 법. 나를 적당히 즐기면 심장마비의 위험도 낮춘다고 하잖아.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나를 적절히 찾는 사람들은 나를 배척하는 사람들보다 평균 수명이 높다고 했어. 물론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아대는 사람들은 세상과 빨리 작별하게 되지.
내가 사람의 입 속에 들어가면 나의 주성분, 즉 알코올은 입 안에서 아주 적은 양이 흡수되고, 위에서 20%, 나머지는 소장에서 흡수된데. 이렇게 빨려 들어간 나는 혈관을 타고 간으로 이동하지. 그러면 알코올의 90% 이상을 분해야하는 간은 바빠져. 간은 알코올분해효소를 분비해 나를 아세트알데히드를 거쳐 식초산으로 분해하지. 지난 밤 나를 지독히 사랑했던 사람들의 입에서 식초나 홍시 냄새가 나는 이유는 이 때문이야. 그런데 간이 한 시간에 나를 분해 처리할 수 있는 양은 보통 10~15g 정도. 만일 밤늦게까지 빠른 속도로 나를 먹어댔다면 간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되지. 이렇게 되면 간은 죽을 지경이 되는 거야.
나는 사람을 무섭게 공격하기도 해. 나를 얕보면 알코올성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증, 간암으로 고생하거나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니까 조심해야 돼.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소주 2병을 8년 동안 마시면 알코올성간경화증에 걸릴 수 있다는 군. 이 양의 절반만 돼도 건강에 위험한 수준이라도 했어. 사람에 따라선 이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간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 술이 세다고 나를 우습게 봐선 절대 안 돼. 나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아. 술이 세거나 약하거나 관계없이 간에 똑 같은 영향을 주니까. 특히 매일같이 나를 찾게 되면 간은 미쳐버리지. 간이 쉴 틈이 없거든. 적어도 1주일에 2, 3일은 나와 가까이 지내면 안 돼.
나는 속 빈 강정이야. 칼로리만 있고 영양소가 없지. 나를 즐기면서 간을 보호하고 싶다면 단백질이 많은 안주를 먹어야 돼. 하지만 기름진(지방이 많은) 안주는 지방간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피할 것. 빈속에 나를 찾는 것도 금물. 물을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되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낮출 수 있고, 나로 인한 탈수현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지. 이야기도 많이 하고, 노래를 열심히 부르고 춤도 춰봐. 그렇게 하면 호흡을 통해 나의 부산물(알코올 대사물)이 빨리 빠져나가 다음날 몸 상태가 한결 좋지.
아무튼 연말 분위기를 핑계로 나를 너무 좋아해선 안 돼. 나는 간뿐만 아니라, 위장병, 성기능 장애, 치매, 말초신경증, 통풍, 골다공증 등 수 많은 병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곽동협 곽병원 병원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