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닥터] 시리고 아픈 이 "혹시 치아 과민?"

입력 2006-11-30 07:38:09

찬 물을 마시거나 과일을 먹을 때 치아가 시린 사람들이 많다. 잠깐 시리다가 말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시린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일시적인 증상은 정상이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찌르는 것 같은 통증으로 발전되면 '지각과민 치아'라고 해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치근의 상아질 노출이 주원인

시린 이의 가장 큰 원인은 치근의 상아질이 밖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치아는 가장 바깥쪽이 법랑질이라는 매끈매끈하고 아주 강한 재질로 덮여 보호를 받고 있다. 잇몸 안쪽 치조골 안에 있는 치아 뿌리 부분의 바깥 쪽은 백악질로 덮여 있다. 이 법랑질과 백악질 안쪽에 상아질이 있다.

나이가 들거나 치주 질환으로 잇몸이 내려앉으면 치근 표면의 백악질은 법랑질보다 약하기 때문에 잘못된 칫솔질 등에 의해 쉽게 닳는다. 법랑질이나 백악질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상아질이 드러나면 상아질 전체에 걸쳐 퍼져 있는 상아세관이라는 미세한 관들이 외부로부터 각종 자극들을 받아서 치수(치아의 가장 안쪽에 있으며 신경과 혈관조직으로 구성)로 전달해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 잠을 자면서 이를 갈거나 무심결에 이를 꽉 깨무는 습관 역시 법랑질에 금이 가거나 닳게 해 상아질을 노출시킬 수 있으므로 이런 습관은 빨리 고쳐야 한다.

◇자극 전달 차단, 치태 조절로 치료

시린 이의 치료의 핵심은 노출된 상아세관의 입구를 막아 치수로 전달되는 과다한 자극을 막는 것이다. 일단 한 번 파괴된 치질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TV 광고에 소개되는 것처럼 단순히 먹는 약이나 치약만으로 시린 이를 치료할 수는 없다. 법랑질과 백악질의 파괴 정도, 시리거나 아픈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

법랑질 및 백악질의 파괴가 가벼운 경우는 노출된 상아세관의 입구를 막은 뒤 치태(플라그)를 조절하면 증상이 사라지거나 가벼워진다. 미세한 상아세관들의 입구를 막기 위해 불소 등의 재료를 얇은 막처럼 치아에 직접 바르는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반면 법랑질 및 백악질이 심하게 손상됐을 경우 치아의 형태 자체가 파괴된다. 이로 인해 잇몸과 치아의 관계가 악화돼 치주질환도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치아 자체의 형태를 복구하고 드러난 상아세관의 입구를 막는 방법을 쓴다.

시린 이는 대개 송곳니와 작은 어금니 등 밖에서 잘 보이는 부위에 발생하므로 먼저 잇몸 치료를 한 뒤 치아 색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접착성이 강하고, 치아를 보호할 수 있는 복합레진 계통의 충전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상아세관을 막거나 치아형태를 회복시키는 치료는 통증이 없으며 30분 정도면 끝난다. 간혹 치아에 대한 자극이 너무 오래 지속돼 치수 신경의 손상까지 생겼거나 치아 전체에 금이 간 경우 등에는 치아 신경 치료를 한 뒤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금관(크라운) 씌우기도 한다.

◇올바른 칫솔질이 예방법

시린 이는 물론 구강 건강을 위해선 칫솔질이 가장 중요하다. 식사 후는 물론 자기 전에도 반드시 이를 닦아야 한다. 잠을 잘 때는 구강 내 자정 기능을 하는 침이 잘 분비돼지 않기 때문이다. 칫솔질도 잘 해야 한다. 손에 힘을 강하게 줘서 옆으로만 닦는 칫솔질은 치아 표면을 손상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 칫솔의 모가 강한 것을 쓰거나, 닳은 칫솔을 사용해선 안 된다. 칫솔은 2개월 정도 사용한 뒤 새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치과의사와 상담을 해서 불소가 들어 있는 치약이나 구강세정제 등을 사용하는 것도 시린 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황상희 계명대 동산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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