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5) 씨는 지난 2000~2004년 사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더 납부한 금액(63만 2천 원)을 돌려주겠다는 전화를 최근 받았다. 안내에 따라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 뒤 김 씨는 은행에 가 통장을 현금자동처리기에 넣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10분 뒤에 입금시켜 주겠다는 말과는 달리 통장에 있던 잔액 1천300여만 원까지 몽땅 사라졌다.
장모(43) 씨도 28일 전화를 받았다. 발신번호(001-8008-200003)로 보아 국제전화로 생각하고 받았으나 잘못 납부된 건강보험료를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발신번호가 이상하고 전화한 여성이 북한 사투리를 사용해 소속과 이름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건강보험공단 징수계 직원인데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으니 서울로 직접 와서 받아가라."고 쏘아붙인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는 것. 장 씨는 "전화를 끊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환급 전화에 사기당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세금·보험금 등을 돌려준다고 속인 뒤 통장이나 카드를 통해 돈을 빼가는 '환급 사기'가 숙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일반 및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를 통해 국세청이나 건강보험공단 직원을 사칭, 세금과 보험금을 환급해준다며 은행의 현금입출금을 통한 계좌이체로 통장에 든 예금을 가로채고 있다. 심지어 '통장 잔금이 얼마 있느냐'고 확인까지 하는 대담한 사기꾼들도 있다는 것.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에 신고된 건수는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총 11건에 이르지만 공단측은 신고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들은 은행 현금입출금기에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피해 방지에 나섰지만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정부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 징수팀장은 "어떤 경우에도 현금인출기를 이용한 환급은 없고 개인 계좌의 비밀번호도 묻지 않는다."며 "환급할 경우가 생기면 서면이나 전화신청을 먼저 받는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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