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 '방콕 신화 다시 한번'…유영동 4회연속 金 도전

입력 2006-11-29 08:49:22

아시안게임 전통의 메달 박스 정구가 도하 대회에서 1998년 방콕의 신화 재현을 노린다.

4년 전 부산 대회에서 7개 전 종목을 제패하며 효자 종목으로 자리 잡았던 정구는 지난해 마카오에서 벌어진 동아시아대회에서는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기후가 일정하지 않은 마카오, 대만에 주로 설치된 케미컬 코트 탓이었다.

클레이코트에서 주로 연습해 온 한국 선수들은 당시 우레탄을 깐 케미컬 코트에서 고전하며 대만에 금메달의 영광을 내줬다.

이번 도하에서도 케미컬 코트에서 벌어져 2회 연속 전종목 석권 꿈을 접고 금메달 4개로 목표를 하향 조정했지만 방콕 때 신화가 재현된다면 싹쓸이도 못할 것도 없다는 게 대한정구협회의 생각이다.

정구는 똑같이 케미컬 코트에서 열렸던 방콕 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4종목 중 3종목을 우승하면서 한국의 2위 달성에 힘을 보탰었다.

정구협회는 부지런히 코트 좌우를 뛰어다녀야 승산이 있는 케미컬 코트 적응을 위해 선수들에게 몸무게를 확 빼도록 주문했고 이제 성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 주남식 전 국장이 발품을 판 끝에 일본 선수들의 비디오 테이프를 구해 상대 전력 분석에서 앞서며 전종목 우승 신화를 이룩했던 정구는 이번에도 지난 5월 일본대표 선발전, 6월 대만 대표 선발전에 모두 비디오 분석관을 보내 정보 수집을 마쳤다.

10월 말에는 대회가 벌어질 카타르 칼리파 정구장에서 1주일간 현지 적응을 마쳤고 그와 코트 표면이 거의 비슷한 충주 탄금대 코트에서 합숙 훈련으로 조직력을 다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은퇴했다가 3년 만에 돌아온 유영동(서울연맹)이다.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대회에서 금메달 1개를 땄던 유영동은 2002년에는 무려 3개나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남자 정구의 간판 스타로 군림해 왔다.

이번 대회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면 4회 연속 금메달의 금자탑을 이루게 된다.

여자 정구의 대들보로 활약 중인 김경련(안성시청)에게는 단식과 유영동과 짝을 이룰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기대한다.

또 부동의 남자복식 1위인 김경한-이원학(이상 달성군청)조를 누르고 30대 중반에 '노장 만세'를 부른 위휴환-정영팔(이상 부산시체육회)조의 기량도 정상권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협회는 베테랑의 세기(細技)가 대만, 일본의 패기를 누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경쟁 종목을 테니스로 삼고 실내 정구장을 대폭 확충하며 인기 몰이에 나서고 있는 정구가 이번 대회에서 부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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