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20년을 빛낸 인물들-김호길 초대 총장

입력 2006-11-29 07:13:11

'100년후 한국과학기술' 설계…포스텍 세계수준 대학 도약 밑거름

1994년 4월의 마지막 날, 우리나라는 큰 인물 하나를 잃었다. 김호길 초대 포스텍 총장.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학 유학 2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 최단기간 학위 취득이라는 간단한 이력부터 포스텍을 만들고 성장시키기까지 마음먹은 모든 것을 최단기간에 완벽하게 일궈내는 '기적'을 창조한 인물이었다.

김 총장은 동료·제자들과 함께 교내 체육행사를 하던 도중 불의의 사고로 61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은 "마지막 순간을 자신보다 더 아꼈던 포항공대와 그 곳의 제자들과 함께 했기에 그나마 아쉬움을 덜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포스텍에 기울인 열정과 애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포철 박태준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넘겨받아 대학을 열고 이름조차 생소한 방사광가속기연구소를 만들어 한국 과학기술의 100년 뒤를 설계했던 김 총장. 지금 포스텍이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했다고 자랑하는 저변에는 그가 9년여간 총장으로 재직했던 후광 덕분이라는 말이 포스텍 내부에서 많은 것에서도 그의 역할과 영향력을 알 수 있다.

포스텍 초대 총장으로 내정된 뒤 미국과 유럽 곳곳을 뒤지며 교수 초빙에 나섰던 김 총장이 "공부하고 연구하려면 나와 함께 귀국하고 개인의 영달을 도모하겠다면 여기 남으라."고 말해 장수영(전자공학·2대 총장 역임), 고 이정묵(기계공학), 박찬모(현 총장)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을 영입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다. "30년 뒤에는 포스코 부설 포스텍이 아닌 포스텍 부설 포스코로 바꿔 놓겠다."던 그의 신념을 포스텍 원년 멤버들은 지금도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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