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결별위기 고조…정국혼미 가중

입력 2006-11-28 16:56:42

노대통령 탈당가능성 시사..임기도 거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28일 전효숙(全孝淑)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철회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 화음을 계기로 제 갈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당.청관계가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당적과 대통령직 2가지만 남았다며 당적포기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고, 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정치개입 중단을 정면으로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당.청은 결별을 위한 외길수순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만일 당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면 임기중에 당적을 포기하는 4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고 이는 아주 불행한 일"이라며 "가급적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지만, 그 길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정국상황에 따라 우리당 당적을 포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고 언급, 파장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향해서는 '탈당할 수 있다',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국회에 계류된 사법.국방개혁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대통령직도 그만둘 수 있다'는 두가지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대통령이 국민과 정치권에 대한 협박정치를 다시 시작한 것"이라며 성토하는 한편, 대통령의 발언이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했다.

특히 여당인 우리당 의원들조차 "임기 발언은 여야를 완전히 협박한 것"이라며 반발했고, 당적 포기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탈당해도 할 수 없다"는 격앙된 반응과 함께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그 시기를 예상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구성 제안이 거절당하고 전효숙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에서 국정수행에 대한 고립무원의 위기감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여당의 통합신당 논의 등과 맞물려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며, 경우에 따라 우리당내 친노세력의 분화를 재촉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우리당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김근태(金槿泰) 의장 주재로 긴급 주요당직자회의를 갖고 노 대통령 발언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민주당도 이날 긴급의총을 소집해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우리당 일부 지도부는 노 대통령에 대해 정치에서 손을 떼고 행정수반으로서 안보와 경제 등 국정에 전념할 것을 거듭 제기하고 나서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이제야말로 당정분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치는 당에 맡기고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에 집중하시는게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길이며, 우리당은 국민을 보고 민생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청이 결별수순에 접어든 듯한 분위기가 감돌면서 여당내 통합신당파와 친노(親盧) 그룹 사이에서도 결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친노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 김형주(金炯柱) 의원은 "여당이 너무 대통령을 무력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내에서 철학, 세계관이 다를 수 있는데 '흩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일단 헤어진 뒤에 국민적 요청이 있을 경우 연대와 통합을 하는 길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전효숙 후보자 지명철회로 국회운영이 정상화될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으나, 한나라당은 정치협상회의 제안 거부 입장을 고수한채 이재정(李在禎) 통일장관,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장관 후보자와 정연주(鄭淵珠) KBS 사장 임명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공을 계속하고 있어 정기국회 막바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국방개혁법, 노사관계법 등 계류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전면에 내걸 태세여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노사관계법, 국방개혁안도 들어줄 만한 것은 들어주고, 타협할만한 것은 타협하겠다"며 "특히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지금부터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노웅래(盧雄來)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전효숙 후보자 지명철회로 이제 공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간 만큼 꽉 막힌 국정 해결과 국회정상화에 협조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은 더이상 새로운 조건을 붙여서 국정운영과 입법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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