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 사랑채 '화려한 부활'

입력 2006-11-28 10:21:49

1970년 화재로 소실…35년만에 복원 준공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제'(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의 증표인 경주 최씨 교촌가(校村家)의 고택 사랑채가 35년 만에 원형 복원됐다. (사진)

경주 교동, 신라시대 요석궁이 있던 자리에 위치한 경주 최씨 정무공파 종가집 고택(중요민속자료 제27호)은 1700년대쯤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99칸 집이다. 그러나 1970년 11월 화재로 별당과 함께 사랑채가 불탄 뒤 지금껏 예산 부족 등으로 방치돼 왔다.

경주시는 지난해부터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의 하나로 복원을 추진, 5억 3천만 원을 들여 37평 규모의 사랑채를 최근 복원했다. 이 고택의 법적 소유자인 학교법인 영남학원의 영남대(총장 우동기)는 28일 오전 지역 유림과 최씨 문중·문화재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랑채 준공식을 가졌다.

교촌가 사랑채는 많을 때는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 수많은 일화와 사연을 간직한 곳으로 유명하다.

구한말 면암 최익현 선생이 의병 수백 명과 함께 며칠 동안이나 묵었다. 육당 최남선과 위당 정인보도 1년 이상 사랑채에 머물며 '동경지'라는 책을 집필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최준과 백산 안희제가 '백산상회'를 설립하고 임시정부를 후원하기 위한 독립자금을 모으는데 머리를 맞댄 곳이었다. 스웨덴 구스타프 국왕이 왕세자 시절 경주 서봉총의 금관을 발굴할 때 이곳 사랑채를 이용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에는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학에 전 재산과 함께 기부됐다.

이 사랑채를 통해 퍼져 나간 '최부자집 가훈'은 유명하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마라 ▷재산을 만 석 이상 모으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과 밭을 사지마라 ▷며느리는 시집을 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등의 가훈은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다.

경주시는 앞으로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별당과 대문채, 방앗간, 도장 등 모두 5동 67평을 추가로 복원할 계획이다. 또 영남대는 한국 전통문화 체험 및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산실로 육성할 방침이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