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자녀와 대화, 공식과 기술이 있죠"

입력 2006-11-28 07:45:55

"자녀와의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추석호 상인고 교장은 상담심리 전문가다. 1997년과 2001년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에서 주는 상담 관련 자격증을 2개나 땄다. 그중 하나는 '수련감독 전문상담사'로 상담 분야에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추 교장은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직접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자녀교육 강연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동변중 재직시에 학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은 그에게 큰 자신감을 줬다.

"학교와 가정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실감했지요.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학생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면, 부모님의 역할은 당연히 더 크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추 교장은 '자녀와의 대화기술'이라는 강의로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공감 나타내기', '무조건적으로 존중하기', 'Do언어와 Be언어' 등 상담심리학에서 배운 원리들을 '실전'에 응용한 것들이다. 말 그대로 대화에도 '기술'과 '공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그는 강연중에 꼭 학부모들에게 실습을 시킨다고 했다.)

#사례1. (자녀)'엄마, 나가세요. 노크도 없이 막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 (부모1)'엄마가 자식 방에도 맘대로 못 들어오냐. 조그만게 무슨 비밀이 있다고' (부모2)'그래 너도 이젠 컸으니 너만의 세계를 갖고 싶은 모양이네'.

추 교장은 자녀가 어떤 행동을 보일 때 '~하기 때문에(이유 또는 원인) ~하다(느낌)'는 '공감 공식'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아이가 숙제를 안 해 가서 꾸중을 들었다면 '내 그럴 줄 알았지.'하는 추상적인 비난보다 '숙제 안 했다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어서 네가 기분이 몹시 상했구나.' 하는 식으로 공감을 먼저 나타내보라는 것이다.

#사례2. (자녀)'엄마 또 지각했어.' → (부모1)'너 자주 지각하는구나' (부모2)'넌 왜 이렇게 게으르냐. 왜 그 모양이냐'.

자녀가 잘못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지적할 때는 1번처럼 잘못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해 줘야 아이도 잘못을 뉘우칠 수 있다. 2번과 같은 반응은 오히려 반발심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추 교장은 학부모들이 집으로 돌아가 이런 실습을 해보면 꼭 해 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실천해보면 당장 자녀부터 달라진 엄마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를 많이 듭니다. 가령 아이가 성적이 떨어졌다고 합시다. 그러면 '내가 그래 공부하라고 안 하더냐'고 호통치는 부모님들이 많으세요. 이럴 때 '네가 성적이 떨어져서 마음이 많이 상했구나'고 따뜻하게 먼저 말해준다면 아이가 부모에 대해 얼마나 큰 신뢰와 용기를 얻게 될 지 자명하지 않습니까."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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