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익는 냄새에서부터 우리 전통의 슬로 푸드가 시작되죠." 다음달 1일 대구 경북 최초 사찰음식연구소를 여는 무공 스님은 오랫동안 사찰음식에 관심을 기울여온 만큼 '우리 것'의 중요성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요즘은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뚝딱 데워서 배고프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령해요. 하지만 예전에는 배고프다고 하면 그때부터 밥을 짓고 뜸을 들이니, 그 냄새가 위를 자극해 소화에 적당한 위산을 분비시킵니다. 시간을 들여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식사의 한 과정인 셈이죠. 이 과정이 생략된 채 '빨리빨리' 식당밥을 찾는 현대인들의 위장은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슬로 푸드'를 강조하는 무공스님은 사찰음식이 바로 그 슬로 푸드의 전형이라고 했다. 고유의 재료 맛을 살리고 절제된 양념만을 사용해 음식재료 본성을 살리는 것이 사찰음식의 핵심이다. 오랜 세월 사찰음식을 연구해온 무공 스님은 사찰음식의 본질을 널리 알리기 위해 경주 미소암 내에 사찰음식연구소를 만들었다.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 요리 비법도 개방할 예정이다.
"요즘 사찰음식이 인기를 얻으면서 변형되고 왜곡된 사찰음식이 시중에 많이 떠도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소위 '퓨전사찰음식'이나 색과 모양만 강조한 사찰음식들이 많거든요. 사찰음식은 양념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입맛을 회복시키고 정신까지 가볍고 담백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무공 스님은 노스님들도 '이게 바로 내가 먹던 음식'이라고 할 만한 음식을 일반인에게 전하고 싶단다. 그래서 절에서 내려오는 음식 비밀 노트를 연구 중이다. "청정한 음식은 불교에서 수행과 둘이 아닙니다. 장독대에서 시간을 두고 발효된 재료를 이용해 깊은 생각과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음식을 알리고 싶습니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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