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때문에 머리가 아파~ '부동산 열풍'

입력 2006-11-25 07:18:31

1980년대 히트곡이었던 윤수일의 '아파트'가 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나는 노래방에서가 아니다. 동창회든 다른 모임이든 술이 한순배 돌고나면 어김없이 '아파트'를 거론한다. 하지만 푸념이 대세다.

윤수일의 '아파트'는 아무도 없기에 쓸쓸하지만 아직 아파트를 단 한번도 '점령'해 보지 못한 서민들에게는 아파트가 처절할 뿐이다. 자고 나면 수억 원씩 오르는 수도권 아파트와 갈수록 벌어지는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값 격차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최근 수도권에서 이는 아파트 열풍은 경제적인 현상이자 심리적인 현상이다. '아파트 열풍'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그만큼 다양하다. '상경 투자'를 불사하는 '동참형', 정부의 대책을 믿고 기다리지만 초조한 '고민형', 주거공간일 뿐이라는 '소신형'. 어느 것이 정답일까?

▶동참형

의사인 김모(55·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지난달 수도권 지역에 3억 5천만 원 상당의 20평형대 아파트를 구입, '상경 투자'를 했다. 김 씨는 "아들이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데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가 급등함에 따라 재테크 목적으로 구입했다."면서 "돈도 안되는 지방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수도권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3년 경기도 평촌 신도시에 27평형 아파트를 2억 5천만 원에 구입한 정수철(47·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최근 주위의 시샘을 한몸에 받고 있다. 현재 이 아파트의 가격은 6억5천만 원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동창회나 모임 등에 참석하면 시샘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모(55·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씨는 상경 투자에 실패한 케이스. 그는 2003년 자식들의 집 마련과 투자목적으로 서울 은평구 홍제동의 30평형 아파트를 2억 원대에 구입했다. 하지만 현재 이 씨의 집은 2억5천만 원대에 불과하다. 이 씨는 "그 당시 강남이나 분당에서도 3억~4억 원이면 살 수 있었다."면서 "교통편만 좋다는 생각에 구입했기 때문에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고민형

12년째 한 아파트에만 살고 있는 이모(43·대구시 북구 동천동) 씨는 요즘 괴롭다. 그는 지난 2000년 수성구 시지동과 2002년 수성구 만촌동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종잣돈이 부족한 데다 은행 대출이 부담스러워 포기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현재 옮기려고 마음먹었던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올라 후회하고 있다. 이 씨는 "그 당시 일을 저질렀어야 했다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친다."면서 "아내에게 재테크를 모르는 무능한 남편으로 낙인찍혔다."고 털어놨다.

김명숙(34·여·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씨도 몇년째 오른 아파트 가격 때문에 고민이 많다.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33평 형 아파트를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해서다. 김 씨는 "정부의 말을 믿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왔다."면서 "전세 입주 당시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구할 걸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소신형

전모(48·대구시 중구 대봉동) 씨는 12년째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지만 아파트 구입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전 씨는 "아내는 어서 빨리 아파트를 사자고 조르고 있지만 집이란 그저 주거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파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주부 주모(39) 씨도 최근 불어닥치는 '부동산 광풍'에 의연하다. 90년대 중반 북구지역과 수성구지역 아파트 입주를 놓고 저울질했던 주 씨는 북구를 선택했다. 현재 두 지역의 아파트 시세 차이는 2배. 하지만 주 씨는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주 씨는 "아파트는 주거개념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편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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