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가네 식당' 中 북경서 2호점 낸 도성배 사장

입력 2006-11-25 07:52:16

대구서 교편잡다 中 불고기식당 사장님으로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朝陽구) 왕징(望京)에 있는 '우가(牛家)네' 식당. 대학가인 우다오코우(五道口)점에 이어 지난 8월 새로 오픈한 2호점이다. 이름 그대로 불고기집. 내년 초 톈진(天津)에 3호점을 연다. 이 정도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식 불고기집으로는 성공한 케이스의 하나로 꼽힐 만하다.

불고기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류음식 중 하나다. 드라마 '대장금'이후 음식천국 중국에서 한국요리는 중국인들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반열에 들었다. 숯불에 신선한 고기를 굽는 방식은 중국인들에게 낯선 풍경. 우가네는 이제 중국인에게 '한국식 맛집'으로 각인되고 있다.

'우가네' 도성배(54) 사장은 중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는 대구 성화여고에서 20여년간 일어를 가르쳤다. 학교에서 그는 '악명'이 높았다. 담임선생님 인상이 무섭다며 우는 학생이 있을 정도였다. 하긴 그에게 손바닥 한 대 맞지않고 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없었다. 물론 "그런 일은 절대로 없었다."고 도 사장은 손사레를 친다.

그는 2001년 아들의 교육문제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 때문에 교단을 떠나 중국으로 건너갔다. 1년간 어언대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친구의 무역일을 도와주다가 막상 자기사업을 하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평생 해 본 일이라고는 교편잡는 일 밖에 없었는데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

그러나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오기로 식당을 하기로 했다. "다른 일을 해 본적은 없어도 '손님노릇'은 누구보다 많이 해봤으니까 손님으로 대접받던 것을 거꾸로만 하면 잘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고기를 보는 눈이 없어 고민이었다. 중국에서 제일 좋은 고기를 사서 팔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베이징 최고급 백화점인 타이핑양(太平洋)백화점에서 고기를 공급받는 것으로 해결했다. 백화점이니만큼 육질과 위생만큼은 믿을만하다고 생각한 것. 비싼 고기를 쓰다보니 초기에는 큰 이익이 나질 않았다.

2004년 4월 '우다오코우'에서 개업했을 때는 하루에 서너명의 손님이 고작이었다. 빌딩 4층에 식당을 열었지만 식당간판도 내걸지못했기 때문에 손님이 없는 건 당연지사. 고기를 팔지못해 쌓이면 매일 종업원들과 파티를 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버려야 하는 고기였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고 회상했다.

차츰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고 1년이 지나면서 식당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줄을 서서 1시간씩 기다리는 풍경도 매일 벌어졌다. 손님의 절반 이상은 중국인과 외국인.

사실 우가네의 명성은 도 사장이 아니라 부인 이성옥씨(49)의 손끝에서 나왔다. 일어교사 시절 선생봉급으로는 친구들에게 술을 사 줄 형편이 안됐던 그는 한번씩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 부인 이씨의 음식솜씨를 자랑하는 것으로 대신하곤 했다. 그래선지 중국인들도 즐겨먹는 우가네의 된장찌게는 완전 대구식이다. 국물을 끓이기위한 멸치와 다시다 등 건어물도 대구 서문시장에서 가져다 사용한다. 메뉴판에 없는 굴국밥 등의 메뉴로 단골손님을 대접하기도 했다.

위생문제도 성공의 한 요인이었다. 중국식당과 달리 석회질이 함유된 베이징 수돗물로는 절대 조리를 하지않고 생수만 사용했다. 탁 트인 주방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음식을 먹는 것도 베이징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서라벌, 수복성 등 중국에 진출한 쟁쟁한 고급한식당과 달리 우가네는 서민적인 한류음식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인들이 몰려사는 '왕징 점'은 중국을 찾는 한국인들의 사랑방노릇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톈진 3호점에 이어 칭다오(靑島), 다롄(大連), 션양(沈陽) 등 중국 전역으로 '우가네'간판을 다는 것, 이것이 도성배 사장의 목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