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버스 '꼬리물기' 여전

입력 2006-11-22 09:10:09

앞차와 간격 10m 아찔 운행…대형사고 위험 노출

21일 오전 8시쯤 동대구 나들목을 막 벗어난 수학여행 버스 10여 대가 얽히고설켜 곡예운행을 하고 있었다. 나들목을 통과한 버스들은 경쟁적으로 속도를 높였고 이내 앞차와의 간격이 10m 내로 좁혀졌다. 앞의 버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거나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곳을 지나던 학부모 박모(44) 씨는 "오늘 아들이 수학여행을 가는데 어떻게 마음 놓고 보낼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학여행 버스의 아슬아슬한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봄, 가을이면 초·중·고의 수학여행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지만 전세 버스들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한데다 운전자들의 예방 교육도 거의 없어 대형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다. 특히 4대 이하(45인승 기준) 소규모 여행단은 고속도로순찰대의 호위 대상도 아니어서 그 만큼 더 위험한 형편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오전 8시 15분쯤 대구의 한 고교 수학여행 버스가 경남 김해시 대동면 신대구부산고속국도 부산영업소 부근에서 트레일러와 추돌, 학생 13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지난 9월엔 순찰대를 동반하지 않은 한 초교 수학여행단 버스 1대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164km(부산기점) 지점에서 11t 화물차와 추돌해 운전자(55)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학생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정우홍 고속도로순찰대 제3지구대 경사는 "버스 운전자들이 끼어드는 차량을 막기 위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꼬리물기식 운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교육청은 하루 평균 10건 정도씩 수학여행단 버스 에스코트를 요청하지만 차량, 인력이 모자라 다 들어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 경북지사 관계자도 "6년 전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추풍령 수학여행 버스 추돌 사고 이후 학교나 경찰 등에서 사고예방에 적극 나섰지만 최근 들어 안전의식이 많이 무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교-경찰-관공서 간 협조 체계뿐 아니라 캠페인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경찰에게 모든 차량 보호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도로공사 등 관공서, 학교 간에 협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후약방문식으로 사고 이후 대책을 마련하지 말고 교통당국에서도 안전 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고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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