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촬영 세트장 유치가 한창이다.
관광 효과 기대에다 방송사들의 지자체 간 경쟁 유도, 단체장들의 업적 홍보 등이 맞물린 때문이다.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올리는 세트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 무엇이 세트장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것일까?
◆2000년 문경 '태조왕건' 세트장 이후 '봇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예산이 투입돼 건립된 세트장은 전국 30곳, 경북 6곳이다. 울릉군이 가장 최근 4억 원을 들여 모 방송외주사와 세트장 건립 계약을 했다.
전국 지자체에 세트장 건립 붐을 일으킨 것은 2000년 문경에 건립된 '태조왕건' 세트장(시비 4억 원, KBS 26억 원). 문경을 전국에 홍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문경시는 이에 고무돼 지난 7월 SBS에 6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 '연개소문' 촬영장을 만들어줬다.
또 경주, 예천, 청송이 세트장 유치에 나섰거나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청송은 주산지 일대에 23억 원을 들여 세트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방송사 요구를 거절하기도 했다. 포항시는 지난 해 한 외주제작사로부터 독도를 지킨 안용복을 다루는 대하드라마 제작에 쓰일 60억 원 규모의 세트장 건립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금액도 거액이지만 드라마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고, 세트장 건립 협찬을 미끼로 방송사에 흥정하려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완도 "50억 투입, 1천120억 원 벌었다."
완도 '해신' 세트장은 전국 최고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04년 완공한 '해신' 세트장은 지난 10월 말 현재 직접수익 479억 원, 간접효과까지 합친 경제적 파급효과 1천120억 원을 거둔 것으로 호남대는 분석했다. 완도군청 조봉흠 씨는 "중국 전문 세트장 등 차별화되고 반영구적인 시설과 지속적인 리모델링, 주변 관광상품과의 연계 등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합천영상테마파크도 성공한 세트장이다. 2002년 55억 원을 들여 유치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장이 연간 12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주체인 관광개발사업소 측은 10월 말 현재 경제적 파급효과를 연간 120억 원으로 추정했다. 세트장 입장료 2억 2천200만 원, 매점·서바이벌게임장 임대료 1천600여만 원, 입장객 25만 명의 간접관광수입 73억 원(한국관광공사 통계) 등이다. 여기에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16년간 방치되던 부지에 합천 유일의 호텔이 건설 중이다. 세트장 자체는 KBS 대하드라마 '서울 1945'가 장기간 촬영되면서 시대물 특화 세트장으로 자리잡았고, 내년 영화 촬영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수억 들어간 세트장 "있는지조차 잘 몰라"
지난 7월 60억 원을 들여 지었다는 문경 가은읍 왕릉리 '연개소문' 세트장.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고 있지만 기와·초가집들만 모여 있을 뿐 관광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태조 왕건' 세트장이 있는 문경새재와 안동 성곡동 야외민속촌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야외민속촌 인근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한 주민은 "평일엔 열 명 정도, 주말에도 유치원 애들 외엔 거의 오지 않는다."며 "얼마 전 이곳에서 '대조영' 드라마도 찍었는데 장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여서 상인들이 장사를 접어야할 지 고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상주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중동면 회상리 '상도' 드라마 세트장은 현지인도 위치를 잘 모른다. 들어가는 입구는 교행이 불가능한 좁은 미로였다. 3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가 태풍 루사 때 침수돼 복구하는데 다시 2억 원 가까이 들어갔다. 관광객은 아예 없다.
이곳을 관리하는 정경태(70·상주 중동면) 씨는 "지금은 사람 구경하기 힘든, 잊혀진 곳이 됐다."며 "간혹 들르는 사람들도 인근에 볼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한번 쓱 둘러보고 서둘러 떠난다."고 했다.
경남 산청군이 2000년 유치한 영화 '단적비연수' 세트장은 영화 흥행 실패와 함께 인기가 급락, 현재 위탁관리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후속 작품+주변 볼거리=세트장 성공"
전문가들은 드라마나 영화가 끝난 뒤에도 세트장에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려면 정확한 사업성 조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경시 엄원식 학예연구사는 "우선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야 한다. 또 세트장 주변에 수려한 자연경관 등 볼거리가 많아야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흥행'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합천 관광개발사업소 정인용 관광정책담당은 "드라마나 영화 이후에 다른 작품 촬영을 유치할 수 있고, 지속적인 시설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안면도에 있는 부안영상테마파크를 담당하는 전북 부안군청 서정술 씨는 "세트장은 더 이상 대박을 터뜨리는 상품이 아니다."며 "민자 유치 및 주변 관광자원 개발 등 복합적 개발 계획을 세운 뒤 유치하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재수·최정암·허영국·정광효·권동순·황이주·김경돈·엄재진·정욱진·박진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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