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특유 체면의식 사라지나?…외제차 급격히 늘어

입력 2006-11-20 10:28:06

대구 특유의 체면의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걸까. 얼마 전만 해도 주위 시선이 두려워 공공연하게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기가 힘든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대구에 외제 승용차가 급격히 늘고 있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매년 적게는 수백 대, 많게는 1천대가 넘는 외제차가 팔리고 있고 1억 원대 이상 고가차량도 400대가 넘는다.

▶외제차를 타는 이유는?

지난 16일 오후 일제 도요타 자동차를 파는 대구 수성구 두산동 렉서스 매장에는 5, 6명의 손님이 상담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직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차량 문을 열고 내부를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었다. 정갑제(45·개인사업)씨는 "벤츠를 타고 있는데 신형 모델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들은 "구입 문의가 하루에 20건이 넘는다."면서 "지난 9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신형 모델의 경우 벌써 40대 이상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즐거워 했다. 이 신형 모델은 1억6천여만 원의 고가다.

김관식 렉서스 매장 팀장은 "일부 특정 차종은 국산차보다 크게 비싸지 않아 경쟁력이 있는 편"이라며 "한 달에 한 명 꼴로 가족 단위의 재구매도 늘고 있다."고 했다.

대구 BMW 매장이나 아우디 매장에도 손님 방문이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진태 아우디 매장 지점장은 "예전에는 외제차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봤지만 요즘은 그런 심리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장동환(28)씨는 BMW와 렉서스 구입을 놓고 고민중이다. 장씨는 "2년 전 시작한 사업이 잘 돼 고대하던 외제차를 장만할 수 있게 됐다."며 "젊은층에서는 외제차 소유자를 선망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어떤 차가 인기있나?

외제 승용차 중에서 소위 'A클래스(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차종)'라 불리는 BMW, 벤츠, 렉서스가 강세를 보였다. 5천100대의 외제차 중 이들 3개 메이커가 각각 812대, 685대, 484대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들 3대 메이커의 점유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신규 등록된 차량 875대 중 BMW가 270대, 벤츠 185대, 렉서스 158대로 나타나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별로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20, 30대에서는 BMW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50대 이상은 벤츠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20, 30대에서는 BMW 소유자가 벤츠 소유자에 비해 3배가량 많았지만 50대에서는 비슷하고 60대 이상에서는 벤츠 소유자가 더 많은 것.

한 딜러는 "젊은 층은 BMW의 스포티한 외양을, 중년 이상은 벤츠의 중후한 이미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등록 차량중 연식이 가장 오래된 차량은?=대구 남구에 사는 65세 남자가 소유한 1968년식 폭스바겐(1천600cc).

■등록 차량중 구입 일자가 가장 빠른 차량은?=대구 동구에 사는 46세 여자가 1990년에 구입한 머규리 세이블(2천986cc).

■최고령 소유자는?=대구 동구와 수성구에 각각 거주하는 88세의 남자 2명. 차종은 볼보 S802와 크라이슬러 크로스파이.

■최연소 소유자는?=대구 수성구에 사는 14세 남자. 차종은 1997년식 크라이슬러 네온.(면허취득은 만 18세가 돼야 하지만 차량 소유는 미성년자라도 가능함.)

■법인 소유의 외제차량은?=1천186대로 전체의 23%. 일반 소유주와는 달리 벤츠(195대), 렉서스(184대), BMW(114대)순. 최근 들어 건설시행사 소유가 많은 것으로 알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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