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교실은 한달간 허송세월…중3도 파행 되풀이

입력 2006-11-20 09:47:42

교육부 6교시 지시에 수업대체 막막

'차라리 겨울방학을 당겨 주세요.'

고3 교실은 올해도 '수능뒤 한 달'을 파행 속에 보내야 할 것 같다. 수험생들은 교실에서 영화 시청이나 자습 등으로 시간을 때워야 한다며 푸념이고, 교사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출석체크만도 벅차다고 하소연이다. 중3 교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겨울방학전까지 한 달 가량의 수업 공백기를 '출석부와의 전쟁'으로 허송세월해야 할 판이다.

대구 A고교는 수능뒤 논술반과 비논술반 교실을 다른 층으로 갈라 운영하고 있다. 논술·구술면접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면학분위기 조성이 이유. 비논술반의 경우 빠른 하교를 위해 점심시간도 거르고 있지만 정규 6교시를 무엇으로 채울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학교 3학년 부장은 "학생들은 오전에 수업을 마쳤으면 하지만 수업일수를 맞추려면 한자공부, 영화시청, 특강 등으로 수업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고교는 졸업여행과 대학 입시설명회, 현장체험 등 행사 위주로 겨울방학까지 공백기를 채울 계획이다. 학교 측은 "어차피 다음달 13일 수능성적 발표때까지는 수업이 파행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일부 학생들은 서울에서 논술과외를 받고 싶다고 부탁하는데 결석처리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C고교 교사는 대놓고 쓴소리를 했다. 마땅한 수능후 프로그램도 없이 출석만 강조하는 교육부의 발상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것. 그는 "고3 학생들을 위한 박물관 관람도 1시간이면 다 끝나는데 수업일수를 채우느라 4시간까지 끌고 있다."며 "교육부는 6, 7교시까지 아이들을 붙잡아두라고 하지만 이를 지키는 학교가 몇 곳이나 되겠냐."고 되물었다.

이달 안으로 기말고사를 앞당겨 끝내는 중3 교실도 '텅빈 한 달'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모 교장은 "기말고사가 끝난 뒤 10일과 고교 입학 원서를 쓰고난 뒤 20일 가량을 집에서 가져온 소설책을 읽게 하거나 비디오 시청, 현장체험으로 때워야 한다."며 "매년 이맘때면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불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충현 대구시교육청 장학관은 "겨울방학전 공백기 동안 체계적인 진로탐구 프로그램이나 각 대학의 학점 선이수제도를 활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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