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 지렁이가 '해결사'…대구환경운동연합 분양 행사

입력 2006-11-20 07:07:29

"어, 지렁이가 꿈틀거려요."

"징그러운 지렁이가 진짜 음식 찌꺼기를 먹나요?"

11일 오후 경북 칠곡군 물레방아 지렁이 농장에 손님이 찾아왔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하는 '지렁이 화분 가꾸기 경연대회'에 참여하는 학생과 시민 50여 명이 자신이 키울 지렁이를 직접 가지러 온 것. 지렁이 알과 부화한 새끼 지렁이를 관찰하는 등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시종일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농장을 구경했다.

이 행사는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석 달 동안 지렁이 화분을 분양받아 키우면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경연형식으로, 지렁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위해 마련됐다. "지렁이는 음식 찌꺼기를 먹고 좋은 흙을 배설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동물이에요."

지렁이 농장 주인 이성수 씨의 설명에 모두들 신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화분을 받아가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최근 4~5년 새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의 해결사로 주목받으면서 '여성과 지렁이의 행복한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지렁이 붐은 1~2년 전 지역에 상륙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5월에 이어 이번 달 두 번째로 지렁이 화분 분양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시민모임과 학교는 총 15개 단체. 지난해엔 40여 명이 참가했다.

사실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는 우리나라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28%나 차지한다. 그런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가 해결해 준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렁이는 하수의 고체덩어리와 종이 찌꺼기, 식당 쓰레기와 돼지·소 등의 가축분뇨 등을 먹어치워 자연청소부 역할을 한다.

지렁이가 하루 동안 먹어치우는 유기성 폐기물은 자기 몸무게의 두 배나 되고 칼슘이 포함된 질 좋은 분변토를 배설한다. 그 분변토는 가장 완숙된 퇴비로, 친환경 농사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지렁이는 보통 유약을 바르지 않은 토분에 넣고 흙을 덮어 키운다.

집안에서 나오는 음식 찌꺼기를 흙 속에 묻어두고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주면 지렁이를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수도권 주부들 사이에선 지렁이 키우기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역에선 아직 생소하다. 화분 속에 물이 고이게 하거나 너무 염분이 많은 음식물을 직접 투입하지 않는 것, 화분을 얼지 않게 관리하는 것 등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키면 전체 쓰레기의 4분의 1 넘게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구태우 부장은 "문의전화는 가끔 있지만 혐오감 때문인지 선뜻 지렁이를 키우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주로 환경 보호 차원에서 지렁이를 키우려는 주부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쿠바·호주·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선 지렁이는 이미 중요한 쓰레기 해결사로 대접받고 있다. 국내에도 남해·울산 등에는 시설 설비를 갖춰 지렁이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구 부장은 지렁이를 가정 음식물 쓰레기뿐만 아니라 대구의 친환경적 쓰레기 처리방법으로 제시했다. 현재 포항 앞바다에 버리고 있는 하수 슬러지 처리에 지렁이를 도입하자는 것. 2010년경 해양투기가 금지되면 매립도, 소각도 힘든 하수 슬러지를 지렁이 같은 생물을 통해 해결하면 장기적으로 친환경적 쓰레기 처리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렁이를 분양받으려면 대구환경운동연합(www.kfem.org)으로 문의하면 지렁이 분양은 물론 필요한 교육을 해준다. 053)426-3557.

▶ 지렁이 화분은 햇볕이 안들고 습기가 있으며 온도가 15~25℃ 사이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 발코니·장독대·지하실·화단 등이 좋으며 여름철엔 온도가 30℃ 이상 올라가는 것을, 겨울철 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 항상 70~80%의 습도를 유지해준다.

▶ 지렁이는 식물성 음식을 좋아한다. 채소와 과일 등 채소류는 적당히 잘라 약간 말린 후 넣어주고, 육류는 잘게 갈아 톱밥 등을 섞어 넣는다.

▶ 음식 찌꺼기에 염분이 많으면 염분을 일부 제거한 후 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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