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의 승리가 부른 김연아의 금메달

입력 2006-11-19 10:10:33

체력문제를 해결하고 자신감을 찾기 위해 마련한 '변칙작전'이 김연아(16.군포 수리고)의 사상 첫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금메달의 영광을 불렀다.

김연아는 19일(한국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 베르시에서 계속된 2006-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1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119.32점을 얻으면서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65.22점)을 합쳐 총점 184.54점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는 캐나다에서 열렸던 2차 대회에서도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른 뒤 프리스케이팅에서 체력부족으로 난조에 빠지면서 4위를 차지, 종합점수에서 168.48점을 받아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던 기억을 살려 이번 대회를 맞아 새로운 작전 구상에 들어갔다.

2분40초의 쇼트프로그램은 문제없지만 4분에 달하는 프리스케이팅 연기는 체력적으로 버겁다는 것으로 결론 낸 김연아와 박분선 코치는 이번 4차 대회의 프리스케이팅 연기 순서를 뒤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연기 초반에 고난도의 콤비네이션 및 스핀 동작을 넣고, 연기 후반에 가벼운 점프를 배치해 초반에 승부수를 잡자는 것.

결국 작전은 그대로 들어 맞았고, 김연아는 초반 어려운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연속 3회전)에 이어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트리플 토루프(공중 3회전) 연기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면서 심판진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연기 후반에 체력이 조금씩 떨어진 김연아는 공중 3회전 동작 이후 착지에서 불안감을 보인 뒤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하지만 난이도가 낮은 점프여서 감점도 1점에 그쳤다.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지만 한 번의 실수로 감점을 받은 김연아는 내심 불안한 가운데 나머지 선수들의 연기를 모니터를 통해 지켜봤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안도 미키(일본)가 연기 초반부터 넘어지는 실수를 범해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보다 무려 9.9점이나 떨어지는 점수를 받았고, 미국의 키미 마이스너 역시 연이은 착지 실패와 자신감을 잃은 연기로 낮은 점수에 그쳐 김연아의 '우승 도우미(?)'가 됐다.

김연아를 지도하는 박분선 코치는 "김연아가 지난 2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체력부족으로 후반에 실수를 많이 해 이번 대회에서는 초반에 어려운 점프를 넣자는 작전을 짰다"며 "시니어 무대에 데뷔 이후 한층 여유를 찾은 것도 금메달의 바탕이 됐다"고 기뻐했다.

박 코치는 "이번에도 연습할 때 얼음판의 빙질에 제대로 적응을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세계 무대에 많이 나서 본 경험을 살려 금방 익숙해지는 노련미를 보였다"며 "마지막 더블 악셀에서 실수했던 것을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연기가 끝난 뒤 순위에 대한 걱정 보다는 '끝났으니까 빨리 쉬어요'라는 말부터 먼저 했다"며 "올 시즌 성인무대에서 처음 나선 만큼 동메달부터 차례대로 오르길 바랬는 데 너무 일찍 금메달을 따서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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