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비극으로 끝난 러브 스토리'

입력 2006-11-18 09:05:19

신혼여행 앞두고 아내 잃은 한국 남성 사연

뺑소니 차 사고로 일본인 아내를 잃은 한국 남성의 사연이 캐나다 사회를 안타깝게 했다.

일간지 밴쿠버 선과 프로빈스 등 현지신문은 17일 뺑소니 운전자를 찾는 한재준(33·자영업)씨의 호소를 1면에 크게 보도했다.

한씨의 부인 아키 타지마(36)씨는 지난 15일 오전 7시15분 밴쿠버 교외 리치몬드 집 부근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차량에 치어 숨졌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던 그녀는 비가 오던 당시 출근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건너다 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 횡단보도는 바닥에 보도표시가 돼 있고 조명등이 있으며 버튼을 누르면 경고등이 점멸하도록 돼 있는 곳이다.

한씨는 경찰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 운전자는 지금이라도 나타나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해 달라"고 호소하며 결혼한지 2년만에 신혼여행을 가기로 약속한 직후 숨진 아내와의 러브 스토리를 공개했다.

두 사람은 대학생이던 10년전 밴쿠버에서 영어연수를 하던 중 만났다. 애정의 싹은 텄으나 국적이 다른 학생 신분이란 현실에 가로막혀 이들은 일단 한국과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 뒤 계속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작정하고 보금자리로 밴쿠버를 택했다. 4년만에 다시 밴쿠버로 건너와 함께 살기 시작한 젊은 커플은 생활에 쫓기다 2년전에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그나마 신혼여행은 뒤로 미루다 지난주에야 비로서 멕시코 칸쿤으로 1주일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한씨는 "신혼여행 얘기를 할 때 빛나던 그녀의 눈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닥친 현실은 신혼여행 대신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고 소식이었다.

그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침대에 누운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마 그녀는 이미 나와 같이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자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씨는 "밴쿠버는 우리에게 사랑을 가져다 준 멋진 곳이며 우리가 살아갈 최선의 보금자리였다"며 "그러나 이제 밴쿠버에 더 이상 머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언론은 이 커플의 사연을 '뺑소니 비극으로 끝난 러브 스토리'란 제목을 달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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