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세계화와 영어교육

입력 2006-11-17 11:13:37

싫든 좋든 英語(영어)가 글로벌 경제의 가장 중요한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실질적인 표준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터넷에서 오가는 정보의 70% 정도가 영어이며, 컴퓨터 서버가 담고 있는 정보의 80%도 그렇다. 지금의 세계화 시대에는 영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셈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밀려오는 세계화의 물결에 낙오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어찌 된 셈인지 영어는 우리말보다 우리를 훨씬 더 괴롭히는 '무서운 恐龍(공룡)'이 된 지 오래다. 지난 60여 년간 우리는 영어에 시달려 왔으나 아직도 그 십자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핀란드 등 북유럽 나라들이 지난 10여 년간 경쟁력 있는 국가로 성장한 데는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답답할 따름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영어의 경제학'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준 영어 관련 국내 투자액이 15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 중 사교육비는 교육 예산의 47.5%에 해당하는 14조 3천억 원이며, 평가 비용도 7천억 원이나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경제위험컨설팅(PERC)은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12개국 중 영어 意思疏通(의사소통)이 가장 힘든 나라라 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도 한국인의 외국어 구사 능력이 61개 나라 가운데 35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우리 영어 교육의 '高費用(고비용)·低效率(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영어 교습법을 바꾸고 시범지역을 정해 영어를 공용어처럼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초'중'고의 일반 과목을 우리말과 영어로 반복 강의하거나 영어 이야기 발표, 영어 연극 등 관련 행사를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기성세대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게 美德(미덕)인 문화 풍토에서 자랐다. 우리말로도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자라 영어로 말을 잘하지 못하는 건 당연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 表現(표현)을 당당히 하는 새 세대는 다르다고 봐야 한다. 중요한 건 영어를 효율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아닐까.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이 주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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