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모시러 나갑니다"…은행원들 '탈 사무실' 행렬

입력 2006-11-17 10:00:23

시중은행 '관계 마케팅' 갈수록 치열

국민은행 대구지역본부 권순보(43) 차장은 최근 1주일새 3개의 행사를 이미 치뤘거나, 준비중이다.

14일엔 우수 기업고객 80명을 '모시고' 경주의 한 골프장에 다녀왔고, 18일엔 대구 적십자사와 공동으로 김장봉사를 하러 나간다. 뿐만 아니다. 20일엔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20년 이상 거래한 우수고객들을 초청하는 '감사 음악회'를 열어야한다. 그는 요즘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밖으로 뛰어다니는 날이 훨씬 더 많다.

은행원들이 바쁘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넥타이 부대'의 상징인 은행원들이 '야전군 보병'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고객들, 그리고 치열해지는 금융시장 경쟁 구도속에서 은행원들의 '탈(脫) 사무실 행렬'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농협 대구지역본부 직원들은 거의 사나흘에 한번꼴로 '고객 모시는 출장'을 다닌다. 농협만의 특성을 감안해 우수고객들에 대한 농촌체험행사를 연이어 갖고 있는 것. 문경, 청송, 의성 등 경북도내를 누비고 다닌다.

농촌체험행사는 최근 한달새에만 12차례나 열렸다.

농협 대구지역본부 정일경 홍보과장은 "농촌 체험 행사에 따라가는 직원들은 고생이 많다."며 "하지만 고객들과 직접 부딪치는 행사만큼 고객들이 너무 좋아해 이 행사가 가져다주는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고 했다.

농협 측은 농촌체험행사가 MGM(Member Get Member) 마케팅의 하나라며 참여한 고객들은 농협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지고, 또 한편으로는 이 고객들이 입소문을 퍼뜨리면서 새로운 농협고객을 만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은행도 우수 고객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연간 6회 정도 이벤트를 벌인다. 직원들이 고객들을 모시고 관광에 나서는 것. 지난달 말에도 고객 40명을 데리고 영주 일대를 돌고 왔다. 영업부서별로 하는 고객 사은행사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

대구에 근무하는 시중은행 대구본부 한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직접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미련없이 떠나버린다."며 "같이 놀고, 같이 웃어주는 '관계(Relation) 마케팅'이 금융기관에서 일반화하면서 은행원들이 '밖으로 밖으로' 나가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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