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몸무게가 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더럭 겁이 났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지 않던가. 通勤(통근) 방법이나마 바꿔보기로 했다. 핵심은 차를 버리는 것. 안 그래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부럽던 차였다. 어찌 그리 평화스러워 보이던지…. 아침 6시면 집을 나서야 하는 출근 시간대가 걸림 될 듯했다. 탓에, 특별히 궂은 조건에서는 시내버스'지하철 타기 및 걷기도 혼용키로 했다.
드디어 출발한 자전거 통근길. 지금 같은 늦가을엔 서쪽 하늘에 걸린 달과 그 주변 별들의 전송을 받으며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골목길 보안등과 큰길의 가로등이 어둠을 열어주는 그 새벽길의 淸凉感(청량감)은 역시 대단하다. 자동차를 몰 때는 생각도 못하던 일. 그 이른 시간에 벌써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건강해 보인다. 출근하는 사람도 있고, 운동 나가는 부부도 있다. 그 걸음들 사이를 헤치며 진작부터 길을 쓸고 계신 분, 이제 보니 그동안 길이 깨끗했던 것은 바로 저분들 덕분이구나…. 재활용 종이를 한 장이라도 더 챙기려고 어두운 골목길을 종종걸음치는 할머니들이 저렇게 많은 줄도 차를 버리고야 실감한다. 픽업해 갈 자동차를 기다리느라 여기저기서 담뱃불을 밝히고 선 아저씨들, 아마도 건설 공사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리라.
그런데 저놈의 자동차들은 왜 저렇게 목숨 건 듯 달리는 걸까? 횡단보도 신호 정도는 예사롭게 깔아뭉개다니! 도리 없지. 車路(차로)를 포기하고 자전거 겸용의 人道(인도)로 올라서기로 했다. 하지만 그 길도 무시돼 있긴 마찬가지. 철야 장사하는 '마트'들은 일부러 그러는 듯 그 인도를 절반 넘게 점령해 상품을 쌓아 놨다. 그 옆 신축 빌딩들 역시 인도쯤은 아예 손쉬운 자재 야적장으로 여겨 버리는 모양. 그러고 남은 구간들은 밤샘 주차들의 잠자리가 돼 있기 일쑤이다. 안 그래도 인도 바닥은, 표시만 자전거 겸용이라 돼 있을 뿐 그냥 걷기에도 위험할 만큼 울퉁불퉁 내팽개쳐져 있는 중이다.
에라, 이럴 바엔 차라리 골목길을 찾아보자. 매연을 피해 더 좋을지도 모를 테고…. 선택을 바꾸고 나니, 특히 퇴근길엔 무릎을 칠 때가 많다. 맞아, 역시 잘한 판단이야! 큰길만 휑하니 주파해 다닐 때는 모르고 지냈던 숨겨진 풍경들을 챙겨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니 여기에 이다지 예쁜 교회가 숨어있었나? 저렇게 큰 절이 지어지고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네, 유모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다니시는 할머니가 적잖군, 진짜 '伴侶(반려)동물'인가 보네…. 저쪽 재활용품 가게는 언제 한번 꼭 들러 봐야지…. 어, 이 동네는 언제 이렇게 완전히 뜯겨버린 거야? 내일은 저 다른 쪽으로도 한번 가봐야겠군. 내친걸음 아예 퇴근길에 한문 서당을 다녀볼까?
아니 그런데 이건 웬 냄새야, 응? 분뇨 냄새가 진동하잖아. 냄새 나는 골목이 왜 그렇게 많지? 저건 뭐야, 하수구 곳곳의 빗물 流入口(유입구)에 장판 조각이 덮여 있네. 그렇다면 이 고약한 냄새들은 하수구에서 올라온다는 얘기 아니야? 그래, 이 모든 게 빗물 管路(관로)와 하수 관로가 따로 시설되지 않아 생긴 폐해일 거야. 우리나라를 찾는 선진국 사람들이 이 냄새들 때문에 고통받는다더니 빈말이 아니었구먼. 제법 잘살게 됐다지만 우리 도시기반은 아직도 까맣다는 얘기인가 봐.
구시렁거리는 사이 또 하루가 저문다. 하지만 자전거 통근 길에는 그래도 불만거리보다는 재밋거리가 더 많다. 내가 차를 몰지 않는 만큼 기름이 절약되고 대기오염이 감소하며 거리 混雜度(혼잡도)가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가슴이 뿌듯해지기까지 한다. 벌써부터 장갑에 覆面(복면)까지 챙기는 성가심을 감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혼잣말이 도를 넘어 더 멀리로 퍼져 나갈 때가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되도록 지방정부들이 자전거 도로를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듬고 늘려주면 좋을 텐데….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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