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째 수성못가에서 한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아담한 건물과 호수의 전경이 어울린 낭만적인 레스토랑 '호반'은 홍철 원장이 외부 손님을 맞이할 때 자주 찾는 곳이다.
동대구역에서 손님을 맞아 동대구로를 달리면 히말라야시다의 늠름한 도열 앞에 많은 이들이 대구의 도시환경에 감탄하고 이어 수성호수(홍 원장은 못보다 호수로 부르기를 원한다)변 호반에 도착하면 그 운치에 다시 한번 열광을 한다. 대구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대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이만한 코스도 없다는 게 홍 원장의 주장이다.
따스한 햇살이 내려쬐는 날이면 야외 테이블에 앉기를 즐기는 홍 원장은 집도 가깝고 산책하다 차 한잔 하기에도 적당에 호반을 자주 찾는다.
문의:053)764-7700
'따분하다', '보수적이다', '고리타분하다'는 외지인들이 대구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느낌들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가 남이가', '못 먹어도 고', '내 말고 누가 있노' 등의 말은 대구사람들이 즐겨 외치는 구호들이기도 합니다. 소아(小我)적인 집단의식을 마치 의리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인인양 말이죠.
그러나 이 같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가 무엇입니까. 살기는 어려워지고 시민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대구경북의 미래를 설계하고 지역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 나가는 대구경북연구원(DGI) 홍철(61) 원장을 만나 진짜 대구의 가능성과 대구 재창조를 위한 조언을 들어 보았습니다.
"대구 경북이 현재 겪고 있는 제반 어려움은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큽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막연한 낙관론과 곳곳에 미래비전에 대한 무력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야심 찼던 밀라노 프로젝트의 부진으로 섬유산업에 걸었던 기대감이 회의적으로 바뀌었고 포항의 포스코가 글로벌 포스코로의 변신을 위해 반드시 포항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또 구미의 유력 전자산업이 파주 등 다른 시도로의 이전을 고려하는 등 대구 경북은 그야말로 주력산업의 명성을 하나 둘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구는 타 지역은 물론 경북에 대해서조차 패쇄성을 고집하다가 '섬 아닌 섬'이 됐습니다. 60년대 이후 지역이 창출한 정권에 너무 의존하다보니 행정은 현실에 안주, 스스로 노력하는 힘이 부족해 지난 30여 년간 중앙에 손을 벌리는 게 버릇이 되다시피 한거죠."
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창조의 기회이다. '대구 경북의 경제 통합론'이 그것이다. 대구 경북 연구원이 주창한 이 의견은 이 지역의 변화와 창조를 위한 대안인 셈이다.
"최근 대구 경북이 이전 행태들에 대한 반성의 기미가 엿보이면서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중앙정부에 대한 각종 로비도 대구 경북이 함께 추진한다면 훨씬 효과적이죠.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이런 데서도 발휘하게 됩니다."
홍 원장에 따르면 벌써 주저앉기엔 대구 경북의 잠재력은 풍부하다. 우수인력 양산체제와 나름의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단지 이런 부분적인 역량들을 결집할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 그 인프라는 정책과 민간주도적인 자구노력이다.
"대구만 해도 잘 짜여진 공간과 상대적으로 맑은 공기, 교통망, 많은 대학과 인근의 문화유산 등 도시환경은 어느 도시 못잖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흔히들 자신의 장점보다는 남의 장점을 본 받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칫 혼선을 빚을 수 있습니다."
무릇 발전의 지름길은 자신의 잠재력이나 장점에서 출발할 때 가장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요지이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지자체도 마찬가지. 대구의 잠재력과 경북의 협력, 경북의 잠재력과 대구의 협력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작금에 이르러 대구의 주력산업인 주택, 섬유, 유통 등이 제 갈 길을 못찾아 헤맨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은데 굳이 대구가 이런 산업을 끌어안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대구와 경북이 경제적으로 통합된다면 대구는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환경 하나만으로도 타지의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입니다. 주력산업은 대구 인근 도시와 더불어 경북에서 육성하면 되는 거죠."
지난 10월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 경북이 안고 있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와 대안제시를 위해 홍 철 원장을 중심으로 연구원들이 분야별로 토의를 한 결과, '진짜 대구를 말해줘'라는 책을 냈다. 도약과 발전을 위해 정확한 대구 경북의 정체성을 알고 시민의 공감대를 모을 취지로 수필식의 의식개혁 길라잡이 책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