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가방분실 소동…알고보니 양상민 가방

입력 2006-11-15 16:13:38

전투를 앞둔 군인이 총을 잃어버렸을 때의 황당함은 어떤 것일까. 더구나 이란과 2007 아시안컵 최종예선전을 치러야하는 축구 선수가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축구화를 분실했을 때의 아찔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일이 베어벡호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지난 14일 오후 이란 테헤란에 도착한 대표팀 선수들은 공항에서 짐을 찾다가 수비수 양상민(전남)의 가방이 도착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주장을 맡은 이천수(울산)가 앞장서서 후배들에게 양상민의 가방을 찾아보라는 '수색령'을 내렸고, 선수들은 화물이 나오는 창구 앞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대표팀 스태프가 공항 직원에게 알아본 결과 양상민의 짐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공항에서 갈아타는 동안에 비행기에 실리지 않았던 것.

이 와중에 이천수가 공항에서 분주하게 가방을 찾는 과정에서 이천수의 가방이 없어졌다는 소문이 퍼지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양상민의 짐 속에는 개인 물품과 함께 소중한 축구화도 들어있는 게 가장 큰 문제. 하지만 이란에서는 축구화를 구하기 힘들어 궁여지책으로 발 사이즈가 똑같은 골키퍼 김영광(전남)의 축구화를 빌려 신고 마지막 훈련에 나서야만 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전지훈련 기간에 남의 축구화를 계속 빌려서 버틸 수는 없는 일. 결국 대표팀 스태프는 급하게 한국으로 연락을 취해 양상민의 축구화를 두바이 전지훈련 숙소로 부쳐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이란전을 마치고 16일 두바이로 전지훈련을 들어가면서 축구화를 수령하겠다는 '축구화 공수 작전'을 감행한 것. 초장부터 액땜을 심하게 한 양상민이 베어벡호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한 행운을 불러다 줄지 지켜볼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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