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직원 사칭에 스님 990만원 사기 당해

입력 2006-11-15 10:46:00

대구 봉덕동 모암자의 S(47·여) 스님은 지난 10일 "국세청 간부를 사칭한 사람에게 순식간에 990여만 원을 사기를 당했다."며 경산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산에서 일을 보던 스님에게 10일 국세청 박과장을 사칭하는 남자로부터 휴대폰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해 과다 납부한 세금의 환급금이 67만 원 나왔는데 오늘 중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것. "가까운 농협 365코너에 가서 전화를 하면 송금해 주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오후 4시40분쯤 자인농협 하남지소 현금 인출기에서 전화를 걸었다.

용의자는 숫자를 말하는대로 빨리 누르라고 주문해 S스님은 카드번호 등을 정신없이 2차례 반복해 눌렀다. 이 때는 67만 원을 돌려받는다는 기쁨 뿐이었다.

스님은 처음에 숫자를 누르던 중 상대방이 '999'와 '만' '원'을 누르라길래 왜 '만'과 '원'이 왜 들어가느냐고 묻자 용의자가 "국세청 ID"라고 말하는 바람에 의심을 두지 않았다. 통장이 있던 1천200여만 원이 빠져나간 사실 이 때까지도 몰랐다.

업무를 보던 중 스님과 용의자와 통화내용을 듣던 하남지소 소장이 다급히 달려와 "이상하다."고 알려줬으나 이미 990여만 원이 인출이 된 상태였다. 그나마 소장이 곧바로 상대 은행에 지급정지 요청을 해 200여만 원은 인출되지 않았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용의자는 스님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접근해 세상물정에 어두운 스님이 당한 것"이라며 "통화는 대포폰으로 하고 이용한 예금계좌 역시 신분 확인 불가능으로 나타나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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