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가슴 품어줄 멜로물 3편-연인들의 노래

입력 2006-11-15 07:45:50

연인의 따스한 품이 그리운 계절이 돌아왔다. 관객의 마음을 데워줄 따스한 멜로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류스타 이병헌 주연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온 '그 해 여름',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오랜만에 멜로영화로 돌아온 한석규와 '여자 정혜'를 통해 멜로 여배우의 이미지를 굳힌 김지수가 열연한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파 배우의 주연으로 영화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몰고 다녔다.

박찬욱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으로, 3부작으로 이어져왔던 '복수' 대신 사랑을 내세운 데다 정지훈, 임수정 주연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까지, 올 겨울 멜로 영화들은 최고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올 겨울 개봉하는 영화 속 연인들의 이야기를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다.

그 남자 이야기…

◆ 그 해 여름

윤석영 (이병헌) 당신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아직도 여름입니다.

윤석영 (이병헌) 니가 울면… 나에게는 여름이 없어.

1969년, 농촌봉사활동을 왔습니다. 아버지를 피해 도망치듯 내려온 농활이라 썩 내키지 않습니다. 농땡이나 치고 시간이나 보내다 가야겠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사랑을 만날 줄이야. 정인이는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가족도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아가씨지만 구김살 없이 밝고 씩씩합니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정인 역시 나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뜨거운 마음을 나누게 되지요. 하지만 어차피 저는 농촌봉사활동 때문에 이 마을에 내려온 것입니다. 농활의 끝이 다가올수록 이별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40여년 후, 인생의 뒤안길에 선 지금에야 다시 정인을 찾게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컨셉의 TV교양프로그램 아시죠? 옛 시절 그리워하는 사람을 찾아준다는…. 교수인 저는 더 늦기 전에 정인이를 찾고 싶어졌습니다. 다행히 프로그램의 작가와 PD가 정인을 대신 찾아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내가 농활을 했던 그 마을에서 정인의 이름을 듣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의 취재진은 정인의 절친한 친구 엘레나와 당시 나와 함께 농활을 내려왔던 균수를 만났다고 하네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합니다. 자, 정인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30일 개봉, 121분, 12세 관람가)

◆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혜란(김지수) 우리 여기까지만 해요….

저는 친절한 남자입니다. 약사죠. 직업도 좋고 성격도 좋다고 자부해요. 그런 제가, 왜 사랑은 못하냐고요? 바로 형 때문이에요.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형 때문에 여자들은 저를 떠나가죠. 저도 이제 익숙해요. 마음의 상처를 입기 싫어 마음 문을 크게 열지도 않아요.

옛 여자 친구도 곧 결혼한다고 합니다. 그토록 사랑했는데 저를 떠나가더니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하네요. 맥주 한잔 해야겠습니다. 어, 그런데 약국에 손님이 오셨네요. 혜란 씨예요. 얼마 전 우리 동네에 이사온 아가씨인데, 얼굴도 예쁘고 자꾸 눈에 띕니다. 하지만 성격은 좀 까칠한 것 같네요. 처방전도 없이 수면제를 달라고 합니다. 그냥 맥주 한 캔을 내밀었습니다. 같이 앉아 맥주를 나눠먹었습니다. 그 여자, 느낌이 좋습니다. 저에게도 사랑이 다가오려는 걸까요.

혜란 씨는 동대문 짝퉁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짝퉁 디자인은 하지만 진짜 명품은 한 번도 못 가져 봤다나요. 참 예쁜 사람인데, 이 사람 역시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연애할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연애가 뭐 별거입니까. 같이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며 같이 웃는 것, 그게 연애죠.

그런데 그런게 아닌가 봅니다. 사랑이 커져 갈수록 현실적인 문제는 더욱 크게 보입니다. 큰일입니다. 갑자기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형은 온전히 제 책임이 됐습니다. 혜란 씨도 마찬가지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임신한 여동생이 아기를 지우고 결혼을 포기하려고 한답니다. 우리, 어렵게 시작한 사랑을 계속해도 될까요.(30일 개봉-추가예정)

◆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일순(정지훈) 너 이 자식, 살려버리겠어.

영군(임수정) 사이코가 아니라 싸이보그예요.

신세계 정신병원에 영군(임수정)이 들어왔습니다. 소녀인데 이름이 특이하죠? 이 소녀는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엔 모두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머무르지만 그 중에서도 영군이는 참 독특합니다. 복도를 지나가며 형광등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자판기도 대화 상대로 만들어버립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요? 저는 남의 특징을 관찰하고 그 특징을 훔치는 게 특기예요. 내 이름은 일순. 나는 언젠가부터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꾸 봐서 그럴까요. 이 여자, 참 귀엽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탓에 밥을 안 먹으려고 하는군요. 왜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어쨌든 제가 지켜주고 싶습니다.

수면 비행법을 훔쳐 영군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요들송 실력을 훔쳐서 우울해하는 영군에게 노래도 불러줍니다. 영군의 동정심을 훔쳐 그녀의 슬픔을 대신 느끼기도 합니다. 영군에게 싸이보그가 고장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며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보장했습니다. 영군은 싸이보그라서 인간과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저를 보면 설레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영군은 여전히 밥을 거부합니다. 그녀를 위해 제가 준비한 최후의 방법을 써야겠습니다. (12월 7일 개봉, 105분, 12세 관람가)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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