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한수원 이전 터 결정,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입력 2006-11-14 11:06:27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을 유치한 지 1년 만에 경주는 심한 갈등과 분열상에 시달리고 있다.

방폐장 유치 인센티브로 주어진 한국수력원자력(주)의 경주 이전, 양성자가속기사업, 특별지원금 3천억 원 지원 등의 낭보에 침체된 경주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며 잔치 분위기였던 게 불과 1년 전의 경주였다.

하지만 지난 2월 양성자가속기를 어디에 유치하느냐로 읍·면 지역들이 서로 갈리고 소송까지 간 데 이어 이제는 한수원 본사 이전을 두고 대규모 맞집회까지 열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방폐장이 들어설 인근으로 이전해 안전성을 입증하라."는 동경주(감포읍·양북·양남면) 주민과 "이전 효과 극대화를 위해 경주 도심권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도심권 주민들의 대결이 그것이다.

급기야 동경주 주민 대표들은 1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권력과 관권, 금권이 동원되고 홍보예산 편법 집행, 부재자 투표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등 불·탈법으로 행해진 방폐장 주민투표는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방폐장 유치의 원천 백지화를 요구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자칫 '쪽박'마저 깨지나 하는 걱정이 드는 대목이다.

잔치에 취해, 과대 포장된 방폐장 효과에 함몰돼 마치 '집단 최면'에 걸려 있는 듯했던 경주 시민들이 한수원과 경주시의 조정 능력 부재로 갈등과 분열에 휩쓸리게 된 게 안타깝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양측은 솔직하게 자신들 입장을 밝히고 조정한 후 결정해야 한다.

한수원은 "경주시가 제대로 협조를 해 주지 않아서"라고, 경주시는 "한수원 본사 이전의 결정권은 한수원에 있기 때문에"라는 말로 서로 책임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한수원 이전 터 결정을 두고 양측의 책임 미루기와 조정력 부재로 희망을 가졌던 경주 시민들을 더 이상 갈등과 분열의 나락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그것만이 지난 연말 국정홍보처가 '올해의 10대 정책뉴스' 1위로 선정했던 이 국책사업에 대한 신뢰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김진만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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