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당뇨병의 날' 유감

입력 2006-11-14 10:54:00

세종대왕은 병치레가 잦아 스물일곱 살에 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史書(사서)는 전한다. 연로해선 곁의 사람도 못 알아볼 만큼 眼疾(안질)에 시달렸으며, 옆구리의 종창과 풍질로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한다. 목이 말라 물을 많이 마시면 몸이 마르는 消渴症(소갈증)에서 비롯된 합병증 때문이었다. 바로 糖尿病(당뇨병)이 주범이었던 셈이다. 고기가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고 하루 네 차례 식사를 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50만 명 정도의 당뇨병환자가 생겨난다. 帝王(제왕) 부럽지 않은 貪食(탐식)에다 운동량이 부족해 칼로리가 糖(당)으로 혈관에 쌓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네 원수를 사랑하듯 당뇨를 사랑하라'고 충고한 학자도 있듯이, 당뇨병은 평생 떼어놓을 수 없으며, 완치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무리 싫다고 해도 따라붙는 惡妻(악처)'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1921년 찰스 베스트와 함께 인슐린을 개발한 프레데릭 반팅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다. 올해 주제는 '영세민과 취약한 사람들의 당뇨병'으로, 세계의 당뇨병 단체들은 이 병으로 인한 건강 불평등에 주의를 환기하고, 환자들이 국가 제공 최고의 '지속 가능한 보건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장려하고 있다.

○…세계당뇨병연맹(IDF)과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뇨병은 최대 건강재앙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환자 수는 2억 3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해마다 700만 명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이 질환은 失明(실명)'신부전'사지절단'심장마비'뇌졸중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합병으로 죽음에 이르게 해 개인과 가정,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파멸적이다.

○…당뇨병 치료엔 小食(소식)과 節食(절식)이 필수라지만, IDF'WHO의 올해 주제가 말하듯이 앞으로는 극빈자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향후 20년 안으로 모든 당뇨병환자의 80%가 저소득과 중급 정도의 소득 국가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 이를 말해준다. 과거에는 '부자들의 병'이었으나 '빈자들의 병'으로 바뀔 판인 것 같다. 이 고약한 災殃(재앙)을 막을 방도가 정녕 없는 것일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