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동전 자주 쓰면 애국자

입력 2006-11-13 11:30:53

노무현 정권의 간판은 참여정부였다. 간판은 그런데 정작 지난 집권 3년 6개월 동안의 國政(국정) 스타일을 보면 '참여'정부라기보다는 '참견'정부가 더 어울려 보인다. 시장논리의 실효성 있는 부동산 대책 대신 '지금은 집을 사지 마라', '세금 겁나거든 집 한 채 이상 갖지 마라'는 식으로 매사 끼어들고 규제하고 참견하는 식이다.

국민의 생각과 정서 속에 함께 녹아들고 파고들려는 참여의 자세가 없다. 그러나 그들 '참견'그룹은 비뚤어진 '참견'정치를 하느라 나라 빚만 늘리며 실컷 참견만 하다가 떠나버리고 나면 그만이다. 끝까지 남아야 하는 건 나라의 주인인 국민뿐이다.

참견그룹이 저질러 놓은 망가진 나라라도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나라를 지키려면 국민들이라도 '참여'하는 작은 애국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찮은 습관 하나라도 변화하면 애국이 될 수 있는 '참여'는 많다. 손쉬운 참여 애국의 한 가지는 돈 깨끗이 쓰기와 동전 자주 쓰기 같은 거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 3년 6개월 동안 찢어지거나 더러워져서 폐기된 헌 돈(지폐)은 약 40억 장, 額面價(액면가)로는 22조 8천억 원이었다. 그 돈을 다 쌓아놓으면 백두산 높이의 150배쯤 되고 한 줄로 이어놓으면 서울-부산 간 경부고속도로를 700번 정도 왕복할 수 있는 규모다.

폐기된 돈이 그런 정도이니 새 돈으로 다시 찍어 전체통화량을 유지하는 데 쓰인 나랏돈도 약 2천억 원이나 된다. 거기다 동전 제조비용(폐기동전 보전 포함) 약 1천 500억 원과 경제규모 증가에 따른 순수 새 지폐 발행비용까지 다 합치면 대충 4천여억 원이 화폐발행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쓰는 새 돈을 못 쓸 때까지 구겼다 폈다 할 수 있는 횟수는 1만 원짜리가 2천100번이라고 한다. 새로 나온 5천 원짜리는 2천500번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매일 하루 한 번씩 접었다 펴도 7년쯤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질기다.

우리나라 지폐가 100% 종이가 아닌 棉(면)섬유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紙幣(지폐)'가 아니라 '棉幣(면폐)'인 셈이다. 따라서 연평균 7백억 이상씩 소모되는 헌 돈 대체비용은 대부분 자연수명에 의한 불가피한 대체라기보다는 돈을 험하게 쓴 탓으로 날려버리는 예산낭비로 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돈을 험하게 다루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우리국민들이 돈 관리 습관을 조금만 고쳐주면 연간 수백억 원의 나랏돈을 절약할 수 있다. 지폐에다 침 바르고 낙서하고 구정물 묻히는 것만이 아니다. 동전도 관리하고 쓰는 방법만 바꿔주면 수백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지난해만 431억 원). 구멍 뚫고 찌그러뜨리고 물에 젖은 채 팽개쳐 녹슬게 하는 훼손은 제쳐두고(지난해 1천500만 개) 돼지저금통에 넣어둔 채 1년 내내 사용 않는 동전 관리 습관만 바꿔도 애국이 된다.

소위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동전수요를 위해 수백억 예산을 들여 새 동전을 주조하는 낭비를 막자는 얘기다. 국가 경제규모가 커지고 자판기 보급과 대형소매점이 늘어나면서 동전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집안의 저금통이나 책상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동전들이 유통되지 않고 있으면 '비경제적 요인'이 된다.

엄청난 동전을 묵혀둔 채 수요증가에 필요한 동전은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따로 찍어내 국가적인 낭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스름 동전은 가급적 귀찮고 무겁지만 갖고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돼지저금통 동전도 가급적 저축기간을 앞당겨 은행 쪽 예금 형태로 바꿈으로써 금융권 유입에 의한 동전유통을 돕게 되면 주화 제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거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돈 깨끗이 쓰는 습관으로 애국해보자. 작은 동전도 생기면 하찮게 버려두지 말고 재빨리 되쓰는 국민, 그런 소시민이 바로 애국자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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