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당신'의 일상, 마시고 입고 먹는…환경 호르몬

입력 2006-11-13 07:17:21

'간편녀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른다. 합성세제로 빨고 섬유유연제로 헹궈낸 속옷을 입은 후 드라이클리닝 해놓은 원피스를 입는다. 냉장고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꺼내 물을 마신 후 즉석 밥을 전자렌지에 가열해 간편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새하얀 티슈로 입을 닦은 후 마지막으로 스프레이를 머리에 뿌리고 향수로 아침 화장을 마무리한다. 새로 뽑은 차를 타니 차량용 방향제의 향기가 향긋하다.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사서 마시며 이제 회사로 출발.'

어느 직장 여성의 아침 풍경이다. 간편하고 산뜻해보이는 이 아침풍경이 사실은 건강을 위협하는 살벌한 풍경임을 아는지? 최근 환경호르몬의 위협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일상생활 속에 비일비재한 환경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몸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의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내분비계에 해를 입히는 내분비교란물질. 환경호르몬은 극히 적은 양으로 생태계 및 인간의 생식기능 저하, 성장장애, 기형, 암 등을 유발하는 등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배출 물질이다. 상온에서 플라스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뜨겁게 가열하거나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플라스틱 식기에 담아둘 경우 환경호르몬이 녹아나온다. 찬 음식이라도 장기간 보관하면 위험하다는 것. 플라스틱 재질의 유아용 장난감도 입에 넣으면 환경호르몬 물질이 흘러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대신 유리나 사기 재질의 식기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부 김은지(36) 씨는 아예 플라스틱 용기를 모두 버리고 유리 그릇을 새로 구입했다. 플라스틱 물병도 유리로 바꿨다. 김 씨는 "지금까지 플라스틱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왔는데 플라스틱이 해롭다고 하니 신경이 쓰여 일단 유리로 바꿨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둔 이경애(30) 씨 역시 태어날 아기를 위해 플라스틱 젖병이 아닌 유리 젖병을 마련했다. 젖병을 오래 삶아 소독하면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리 젖병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

하지만 환경호르몬의 공포는 플라스틱에 그치지 않는다. 합성세제, 화장품, 표백된 휴지, 방향제, 매니큐어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환경호르몬 유해 요인은 이미 생활 속에 퍼져있다. 주방세제에서도 환경호르몬 물질인 알킬페놀류가 발견된 사례가 있으며 합성세제와 샴푸·린스 등에 포함된 합성계면활성제는 신경조직을 약화시킨다.

향수나 매니큐어, 염색제, 탈취제 등 향기나는 화학제품도 요주의 제품. 의류 드라이클리닝 역시 안심할 수 없다. 환경호르몬을 막기 위해선 생활 속에서 인위적인 요소는 가능한 한 멀리 하고 자연친화적인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드라이클리닝한 옷은 밖에서 충분히 휘발시킨 후 입고 세탁물은 충분히 헹궈준다. 합성세제보다는 세척력이 좀 약하더라도 가능한 한 천연세제를 사용한다.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 즉석 밥과 컵라면 용기는 사용을 피하고 내용물을 유리나 사기 그릇에 옮겨 담는 것이 좋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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