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사장 연임 강행을 지켜보면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 씨를 사장에 다시 앉히기 위해 구성원의 절대적 반대를 일축한 것도 그렇지만 온갖 술수를 동원해 밀어붙이는 광경은 권위주의 시대가 따로 없다. 그 과정 또한 한 편의 코미디다. 이미 절대다수가 親與(친여)인사로 짜여진 KBS 이사회가 그럴듯한 公募制(공모제) 형식을 빌려 정 씨를 차기 사장으로 대통령에 임명 제청키로 의결한 것이다. 다른 12명의 사장 공모자는 들러리였던 셈이다.
진작부터 '거수기 이사회'를 예상해 극렬하게 정씨 연임을 반대한 노조와 그 같은 결정에 반발해 사퇴한 3명 이사들의 증언이 그런 跛行(파행)을 말해주고 있다. 어제 노조는 "공모를 가장한 낙하산 인사"로 규정했고, 사퇴한 이사들은 "KBS 이사회는 독립성을 유지해야 함에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랐다"고 비난했다. 정권 차원에서 無理手(무리수)를 동원해 정 씨를 다시 선택했다는 말이다.
정 씨가 지난번 사장 재직 시 KBS를 확실하게 '코드 방송'으로 몰고가 정권의 비위를 맞췄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편향적 시사 보도에 기획 프로그램까지 간섭하며 공영방송의 위상을 비틀었다. 적자 운영에다 방송 3사 중 경영 평가도 꼴찌였다. 그래서 직원 10명 중 8명이 정 사장은 不適合(부적합)한 인물이라고 연임을 반대해 왔다. 그럼에도 정 씨를 고집한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KBS를 장악해 정권 홍보 도구로 삼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정 씨 역시 거센 반대여론에 아랑곳 않고 연임을 밀어준 정권에 대해 충성과 報恩(보은)을 다짐하고 있을지 모른다.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을 우롱하는 몰염치한 짓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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