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정치행보를 이어가는 등 여당 발(發) 정개개편의 핵으로 부상한 가운데 대권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는 DJ의 등장이 달갑지 않지만 일단 '끌어안기'전략을 펴고 있고,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나라당은'DJ 견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DJ 부산행, 왜?=김대중 전 대통령은 8일 부산을 찾아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교통장관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DJ는 이날 "남북한과 시베리아를 잇는 '철의 실크로드'가 연결되면 유라시아 번영의 시대를 열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DJ는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로써 해결하고 이를 6자회담이 지지해 실천을 공동보장해야 한다."고 평소 소신도 피력했다.
DJ의 이날 부산 방문은 추병직 건교부장관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나 여권에서 정계개편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DJ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는 등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어 이를 보는 눈길이 단순하지 않다. 노 대통령이 DJ를 만난 직후인 7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3회 지역혁신박람회 개막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데 이은 것이라 정치권에서 더 미묘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호남을 끌어 안고, DJ는 영남을 끌어 안아 정계 개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DJ의 파괴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셈이다.
◆고건=8일 안동대 특강에서 대북정책을 매개로 김대중 전 대통령(햇볕정책)을 치켜세운 반면 노무현 대통령(포용정책)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햇볕정책은 인도적 지원과 교류 협력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정책노선"이라고 말했다. 그는"엄동설한에도 햇볕은 비춘다."며 "햇볕정책의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전 총리가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차이를 강조한 것은 현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표명이 김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햇볕정책 수호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해 "나라가 어려울 때 전직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본다."며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애쓰시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참여정부의 포용정책에 대해서는 "한 핏줄이면서도 '적'(敵)인 북한의 양면적 성격을 무시한 편향적 유화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2월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했을 당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위반한 엄청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그 때 정부가 엄중한 항의와 경고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은 신당 깃발을 올리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운 DJ=지난 달 해남·진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큰 성과를 얻어냈던 한나라당이 호남구애전략을 적극 펴는 가운데 DJ에 대해서는 정계개편 정국을 의식한 듯 맹공을 퍼붓고 있다. 호남과 DJ를 분리하겠다는 전략.
한나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를 앞두고 호남지역의 현안사업을 직접 챙기고 관련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 소속 의원 및 당직자들과 함께 조만간 호남을 방문, 지역 현안사업들에 대한 지원을 거듭 약속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도 9일 전남도청에서 광주전남발전연구원과 공동으로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 토론회'를 개최다. 오는 2010년 영암·해남에서 열릴 이 대회가 차질없이 준비될 수 있도록 관련특별법 제정에 적극 협력하는 등 국회차원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게 당 방침이다.
여의도연구소는 또 23일 한나라당 전북도당과 함께 '새만금 지역의 바람직한 활용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 환경훼손을 최소화 하면서도 지역발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DJ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을 겨냥, 당 지도부가 앞장서 거세게 비난했다. 여권의 정계개편에 DJ가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판단도 했을 것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DJ는 스스로 권력을 잡으려고 수많은 정당을 깨고 다시 만들었는데 그런 정당이 지금 어떻게 됐느냐. 지금 여당을 해체하고 이합집산하겠다는 것은 DJ식 술수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호남에서의 DJ 영향력을 감안, 벌써부터 그와 맞설 필요는 없다는 등의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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