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진실' 영구미제로 남나?

입력 2006-11-09 06:09:27

론스타 역할 못 밝히면 반쪽 수사될듯

론스타 본사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관련자들의 영장을 법원이 다시 기각하면서 8개월 동안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가 잠시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검찰은 8일 "수사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이번 주 중 금융감독 기관과 매각 자문사 관계자들 2~3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던 계획을 다음주로 미뤘다.

수사 결과 발표 시기만 저울질하던 검찰의 갑작스런 수사 일정 변경은 론스타측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영장이 잇따라 기각됨에 따라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이라는 본체 수사에 접근하는 통로가 봉쇄됐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 '론스타' 추적 봉쇄당한 검찰 = 검찰은 그동안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비자금·로비 의혹 ▲론스타의 탈세·외환도피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네 갈래로 나눠 수사를 진행했다.

이 중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지었다고 공식 언급한 부분은 탈세와 외환도피 혐의, 비자금 조성밖에 없다.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스티븐 리가 허위 거래, 해외 불법 송금으로 147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는 국세청 조사로 대부분 밝혀져 처벌만 남았고 본체 수사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비자금 의혹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차세대 금융시스템 납품 과정 등에서 업체로부터 4억8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마무리됐다.

본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 전 행장이 구속됐지만 전체 수사 상황으로 보면 의혹 규명의 진도는 더디다.

검찰은 외환은행 매각이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고 당시 매각 근거가 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도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론스타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하는 데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부터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론스타 본사 법률 이사에게 5차례 출석 요구를 했으나 론스타측은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검사 신문 사항 제출과 안전한 귀국 보장을 요구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신문 사항을 미리 알려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 한국 검찰을 농락하면서 우리 사법제도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론스타 역할 영원히 묻히나 = 이강원 전 행장은 2003년 4월 3일 당시 론스타 코리아 대표였던 스티븐 리와 MOU를 체결하면서 재무적 투자자에게만 적용되는 배타적 협상권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부여했다.

사실상 이 때부터 론스타와 외환은행 경영진,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들의 이상한 딜이 시작됐다.

이 무렵 론스타는 은행법상 단독으로 10% 이상 지분을 보유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 재경부는 론스타가 네덜란드계 ABN 암로 은행이나 도쿄 스타 은행과 합작투자를 모색하고 있다는 외환은행 보고만 믿고 딜을 승인했다.

이후 이 전 행장과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은 무엇엔가 쫓기는 것처럼 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서둘러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외환은행 지분을 공개입찰로 매각해 정당한 가격을 받도록 하자는 의견은 론스타와 협상이 깨질 것을 우려한 외환은행과 당국의 묵살로 묻혔다.

론스타는 또 경영 지배 목적의 51% 지분을 얻는 게 가능했는데도 추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콜옵션을 요구했고, 변 국장은 콜옵션에 반대하는 수출입은행 의견을 무시한 채 론스타의 요구 조건을 승인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론스타가 딜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는 점은 추측할 수 있지만 누구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당국을 움직였는지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이 전 행장이나 변 전 국장도 알 수 없었던 '다른 힘'이 있었을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검찰이 론스타의 한국 내 1인자라고 지목한 유회원 대표에게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적용해 신병을 확보하려고 목매는 이유도 MOU 체결 후 일사천리로 매각이 이뤄진 배경에 론스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파헤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론스타 자금 20억원이 2003년께 하종선 현대해상 대표(당시 변호사)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하씨를 불러 로비 자금 가능성을 추궁했지만 하씨는 정당한 컨설팅 비용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대표가 외환은행 인수에도 관여한 정황이 있는 만큼 주가조작 혐의로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론스타 조사가 아직 시작 단계임을 내비쳤다.

검찰은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 관계자들의 영장을 보완해 세 번째 청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지만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편이어서 본체 수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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