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총량규제·금리인상, 부동산에 효과 있을까?

입력 2006-11-08 17:26:41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면서 정부와 시장 주변에서 대출총량 규제와 콜금리 인상론이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 문제가 집값 폭등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나 여태까지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이 효과를 내기는 커녕 집값을 더 폭등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자 화살이 통화정책당국과 금융감독당국쪽으로 향하는 형국이다.

대출총량 규제와 금리인상 모두가 시장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대단하지만 이런 수단만으로 폭등하는 주택가격을 당장 진정시킬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대출총량 규제가 시장친화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콜금리 인상은 집값 폭등의 중심지인 수도권만이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것이 주무당국의 입장이다.

◇ 대출총량 규제, 시중은행 반발 클 듯= 지난 주말 권오규 부총리 주재로 열린 부동산 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대출총량규제 카드를 동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으나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총량 규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시행가능성을 일부 내비쳤다.

대출총량규제는 은행의 대출의 최고한도를 정해 한도 이상으로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억제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 규제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있다.

한은법 제28조 16호에는 금통위의 권한으로 "극심한 통화팽창기 등 국민경제상 긴절(緊切)한 경우 일정한 기간내의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의 최고한도 또는 분야별 최고한도의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또 17호는 "금융기관의 대출에 대한 사전승인"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러한 수단을 동원한 전례는 없다. 지금과 같은 때가 '극심한 통화팽창기' 또는 '국민경제적으로 긴급하고 절박한 경우'로 봐야 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런 조치를 시행한다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중앙은행 스스로 공표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함부로 발동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금통위가 나설게 아니라 금융감독당국이 창구지도라는 형식으로 대출을 부분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올해 4,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각각 3조원 이상을 기록하자 6월 들어 감독당국이 창구지도에 나서 대출총량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당시 주택담보대출이 주춤하기는 했지만 대출수요가 그 다음달로 이월되는 결과만 낳았을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하지 못했다.

8월에 1조3천억원까지로 둔화됐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9월 2조6천억원, 10월 2조7천억원 등으로 확대된 것은 바로 이러한 풍선효과를 보여준다.

이 조치는 오히려 시중은행들의 큰 반발만 불러왔다. 시중의 자금이 넘쳐나면서 은행의 입장에서 돈을 융통할 곳을 찾느라 고심하는 판국이 당국이 법적 근거나 공문도 없이 대출억제를 지시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당시 대출총량 규제의 시행방법은 특정은행이 해당 월에 주택담보대출을 상당히 많이 한 경우 그 다음달에는 전월 실적의 절반만 대출하라는 식이었다.

은행들은 "신발가게들 사이에 판매경쟁이 심해졌다고 당국이 '너는 전월에 고무신을 많이 팔았으니 그 다음에는 절반만 팔아라'고 간섭하는 형국"이라면서 전형적인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비난했다.

시중의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대출총량 규제도 결국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콜금리..과연 얼마나 올려야 하나 =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초래하는 원인인 이상 통화당국이 콜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문제는 콜금리 인상이 경기 상승세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경부와 여당인 이 때문에 콜금리 인상에 반대한다.

또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은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표적으로 한 콜금리 인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은은 기회있을 때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중앙은행이 부동산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통화정책을 운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정책금리 인상은 집값이 폭등한 수도권 등 일부지역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무차별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문제는 콜금리 인상과 대출총량 규제 모두가 민간소비지출을 둔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기부양책을 검토중인 정부 입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현재 국민총소득(GDI) 증가율이 1%에 불과한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율이 4%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가계가 은행 빚을 얻어 소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대출총량을 억제하거나 콜금리 인상으로 대출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가계의 소비지출의 위축을 초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한은은 이 때문에 경기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소비에 충격을 주지 않는 템포로 신중하게 콜금리를 조정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콜금리 조정의 효과는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한은의 신중한 템포 전략은 당장 발등의 불인 주택시장 과열을 일거에 잠재우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은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금융부문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유일한 창구인 것으로 몰아가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공급 부족과 세금부담, 교육여건, 저금리 등 여러 요소가 중첩돼 부동산 시장 불안이 초래됐다면 금융부문만 건드린다고 문제의 근본해결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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