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소방의 날. 하지만 '누가 누가 높이 짓나'를 경쟁하는 초고층화 시대에 소방의 고민이 깊어만 가고 있다.
초고층 건물에 대비한 소방 장비가 전무한데다 관계법 또한 소방보다는 건축주 편의를 더 배려하기 때문.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언제 고층 건물에 화재가 날지 몰라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제 44회 소방의 날(9일)을 맞아 대구 초고층시대 소방의 현주소를 들여다 봤다.
◇누가 누가 높이 짓나=대구는 지금 초고층 전쟁 중이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구의 11층 이상 고층 건물은 2천805동. 5년 전인 2001년 2천20동에 비해 785동이나 늘었다. 지난 2001년만 해도 대구 최고층 건물은 26층이었지만 지금은 27층~40층까지 모두 16개의 초고층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대구 최고층 건물은 아파트가 '독점'하고 있다. 11층 이상 2천805동 가운데 96.8%인 2천716동이 바로 아파트다. 지난 5년간 새로 생긴 16개 초고층 건물 가운데도 단 1동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아파트였다.
그러나 아파트들의 높이 짓기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55, 54층의 주상복합아파트가 2010년 각각 황금동과 범어동에 들어설 예정이고 지난달 말에는 대구의 최고인 57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는 아파트사업자까지 나타났다.
◇고층 아파트 앞에 무기력한 소방 장비=그러나 초고층 아파트 화재와 맞설 수 있는 대구 소방 장비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대구 7개 소방서가 갖춘 최대 고가사다리차 높이는 52m. 아파트 1층 높이를 2.5~3m로 계산할 때 최고 21층까지만 진화가 가능한 셈이다. 대구 최고층의 57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에 대응하려면 적어도 142~171m의 고가사다리가 필요해 20층 이상 고층에서 불이 날 경우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소방헬기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11층 이상 2천805동의 대구 고층 건물 가운데 옥상에 헬기장을 갖춘 곳은 단 14동. 대구소방본부에는 18인승과 6인승 헬기가 각 1대씩 있지만 18인승이 착륙할 수 있는 곳은 아예 없다. 6인승이 착륙할 수 있는 14곳도 실제로는 옥상 헬기장에 울타리를 쳐 놔 착륙이 가능한 곳은 8곳에 지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소방장비를 갖췄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데 있다. 소방헬기의 경우 예열에만 20분 정도 걸리고 고가사다리도 최고 높이까지 펴려면 적어도 4, 5분이 걸려 1분 1초가 급한 화재 현장에서 기동력 발휘가 힘들다. 소방관들은 "현재 고층 아파트의 불을 끄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승강기를 타고 직접 올라가는 '원시적' 방법"이라고 전했다.
◇고층 아파트 자체 진화 장비 관건=현재로서는 고층 아파트의 경우 화재 예방이 최선이고, 화재가 났을 경우엔 자체 비상 장비를 사용한 초기 진화가 관건이다. 고층아파트의 경우 화재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비상수단을 갖추고 있는데, 소화기, 옥내외 소화전은 물론 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소방관의 화재 현장 진압을 위해 높이 41m 이상 아파트엔 전원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비상 승강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유독가스 피해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아파트 화재때 인명피해의 경우 대부분 불이 아니라 유독가스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아직 국내 법은 아파트 각 가구내 제연설비까지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소방관들은 "지금까지 대구에서 20층 이상 아파트 화재가 한 번도 없어 고층아파트가 과연 안전한지 여부를 속단할 수 없다."며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주상복합아파트의 소방 기준 및 안전 지수를 철저히 검토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준기자 all4you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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