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공업도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가량 거리에 '앤아버'라는 도시가 있다.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3대 자동차 본사가 있는 디트로이트는 극심한 노사분규와 도시 발전계획 미비로 서서히 쇠퇴하는 반면 앤아버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IT산업과 첨단 재료공학이 발달해 있고, 현대자동차·닛산을 비롯한 유명 자동차 메이커와 부품회사들이 잇따라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디트로이트를 능가하는 산업도시로 발전하는 곳. 이 도시가 중심이 되면서 미시간주는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재단 후원으로 미국 창조도시를 방문 중인 연수팀은 마지막 일정인 앤아버를 찾았다. 무엇이 이 도시를 세계가 주목하는 창조도시로 성장하게 했을까?
앞에서 거쳐왔던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이 도시의 성장 배경에도 대학이 있었다. 인재를 배출하고, 아이디어와 연구물을 제공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미시간주립대학이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미시간주립대학은 이 지역의 자랑이나 다름없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미시간대학이 있었기에 오늘날 앤아버와 미시간주 전체의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미국에서 대학은 종전의 연구와 가르치는 고유기능을 벗어나 지역을 조직화하고 산학협동 및 클러스터 조성 등에서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과 함께 미시간주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주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미시간 경제개발공사(MEDC)에서 나오고 있었다. 정부와 민간이 50%씩 출자한 반관반민 단체인 MEDC는 정부와 적극 협력해 부문별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미시간주 전체의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면서 혁신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테크노파크나 전략산업기획단 같은 기업 지원 조직들이 거의 정부 출자로 이뤄져 정부 간섭과 의도대로 진행되는 우리나라와 대조를 이룬다.
MEDC의 특이한 점은 하부 조직으로 12개 카운티에 스마트존을 두고 있다는 것. 스마트존은 지역별로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홍보, 자금조달, 개발계획 등을 망라하는 일을 한다. 창업보육센터를 핵심 거점으로 산·학·연·관이 집적된 소규모 혁신 클러스터로 이해하면 된다. 재정구조는 연방정부로부터 자금을 MEDC가 받고 있고, MEDC는 이를 스마트존에 공급하며 6개월 단위로 상향식 보고서가 제출된다.
스마트존이 이룬 성과는 최근 1년 새 만든 일자리만 5천700여 개. 곧 6천700여 개가 더 생겨날 전망이다. 상업화가 가능한 연구 프로젝트 850여 개로 미시간주 전체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스마트존의 성공 비결에 대해 MEDC의 제임스 가틴 이사장은 "무엇보다도 관계기관의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원활한 자금조달과 시의적절한 기업 서비스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잘린 레이터 씨는 이를 "▷고난도기술 클러스터 건설 ▷산학협력체계 구축 ▷숙련되고 강한 파트너십에 의해 이끌어지는 작은 조직 ▷주정부의 강한 육성 의지 ▷미시간대학의 확고한 역할 ▷미래성장산업 집중 육성 목표가 어우러지면서 경제활동이 활성화하는 것" 이라고 축약해 설명했다.
미시바이오(MichBio)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학 기업 등이 참여하는 비영리기관인 미시바이오는 미시간주 바이오 육성 주관사 역할을 하는 기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대학과 연구 계약을 체결하기가 어려우므로 미시바이오가 이들 업체들의 수요와 애로 사항을 파악해 대학과 연결해준다. 또 지역 기업들에게 대학의 최신 기술을 이전해주고 핵심 연구기관들 간의 인력과 장비를 공유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연수팀 일원인 강장순 부산테크노파크 지역혁신부장은 "기업들은 실험 시설 등에 막대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절감할 수 있는 미시바이오 시스템에 대해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임광규기자 kkang5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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